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전임자인 잭 웰치의 유산인 금융부문을 포기하는 123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함으로써 GE를 제조업 기반으로 더 높은 수익성을 올리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애증의 금융업…`웰치의 유산`을 버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이멜트 회장의 발언을 인용, GE가 지난 금융위기 당시 경영난을 심화시킨 주범으로 인식돼 온 GE캐피탈을 매각하거나 분사하는 방식으로 금융부문을 최대 75%까지 정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가전사업 매각에 이어 지난 2013년 그룹 전체 수익의 55%를 벌어다 준 금융부문까지도 한계사업으로 인식해 정리하기로 한 셈이다.
GE는 이날 상업용 부동산 자산을 포함, 265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다만 자사 고객들이 GE로부터 장비를 구입할 때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금융사업 부문만 남겨두기로 했다. 이멜트 회장은 하루 뒤인 1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저성장과 낮은 금리, 풍부한 유동성, 투자자들의 고수익 추구 등 금융서비스 자산을 매각하기에 완벽한 시장이 형성됐다”며 “지금이 매각에 이상적인 시기”라며 금융 매각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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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GE캐피탈은 GE에게는 애증의 관계였다. 지난 1990년대와 2000년대초 신용 버블기에 20%대의 높은 자기자본수익률(ROE)와 40%대의 그룹 수익 기여도를 기록했던 금융부문은 버블 붕괴 때마다 그룹 운명을 위협했다. 지난 금융위기 당시에는 72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기업어음(CP)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31년만에 첫 주주 배당을 줄였고 `AAA` 최고 신용등급을 잃어버리는 굴욕을 맛보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경영 안정을 위해서는 금융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본 것이다. 지난해 이멜트 회장은 GE캐피탈의 소매금융 부문인 싱크로니를 분사하면서 금융부문의 그룹 수익 기여도를 40%에서 25%를 낮추기로 했지만, 이번에 그 비중을 10% 이하로 낮추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규제 압박도 부담이었다. 제프 본스테인 GE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투자자들이 GE캐피탈의 적절한 규모, 대출 사업 축소 선택 여부, 새로운 규제가 GE 수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걱정했다고 말했다. 또 규제에 대한 압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도 GE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GE캐피탈은 미국에서 7번째로 큰 금융업체로 금융당국은 만약 GE가 위기에 빠질 경우 국가 금융시스템에 위협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초심으로 돌아간다`…주식시장도 환호
이처럼 금융서비스 사업부문을 정리하는 GE는 앞으로 항공기 리스와 에너지, 헬스케어 등 순수 산업회사로 남게 된다. GE는 전체 수익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지난해 58%에서 오는 2018년까지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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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행보는 GE가 강점을 가진 부분에 사업을 집중해 투자자들의 주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한 행동이다. 제프리 이멜트 GE 최고경영자(CEO)는 16일에 공개하는 연례보고서와 주주 서한을 통해 “GE캐피탈은 가치를 손상시키지 않는 선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야만 한다”며 “우리는 항공, 에너지, 헬스 케어 산업에 대한 금융 솔루션에 강점이 있으며 GE캐피탈의 궁극적인 규모는 규제 충격을 흡수하면서 수익이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을 기본으로 결정될 것이다”라고 말할 예정이다. 또 금융을 포기하면서도 핵심 사업인 항공기나 에너지, 헬스 사업을 위한 리스(임대)부문은 남겨두기로 했다.
지난 2001년 경영권을 넘겨 준 뒤 주가가 30% 가까이 하락하게 되자 이멜트 회장의 경영 능력을 비난해 온 잭 웰치 전 회장도 이같은 구조조정 방침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주식시장 역시 이날 주가가 10% 이상 급등하며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하루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키겔 코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금융부문을 시작으로 향후 2년 간 단계적으로 진행될 고강도 구조조정에 대해 “제조업부문 수익에 비해 주주들에게 낮게 평가되고 있는 금융부문을 매각하는 것은 주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GE는 이같은 본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위해 해외 금융사업을 정리하면서 챙기게 되는 현금 360억달러를 미국으로 다시 들여올 것이라고 선언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미국에서의 높은 법인세율로 인해 60억달러 정도를 세금을 부담해야 하지만, 이를 감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