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10년]3대 경영 키워드..'유비무환·외유내강·임전무퇴`

민재용 기자I 2015.03.05 03:00:00

유비무환..위기前 자금조달, 위기에는 공격 경영
외유내강..조용한 2세 이미지 깨고 매출 200조 성장 채찍
임전무퇴..통큰 베팅으로 M&A戰 잇따라 승리

신동빈 롯데 회장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그리스 재정위기가 잠잠해진 것 같았던 지난 2011년 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임원진을 긴급 소집해 경영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그리스와 유럽의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며 “미리 자금을 확보해 두라”고 지시했다.

신 회장의 지시에 따라 롯데는 1조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해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CB의 표면 이자율은 0%로 사실상 공짜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롯데가 자금을 조달한 뒤 잠잠해졌던 유럽발 금융위기는 더욱 심각해졌다. 글로벌 자금 시장서 롯데처럼 대규모 자금을 저리로 조달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은 롯데에 몸담기 전 일본 노무라증권 런던 지점에서 일하며 국제 금융감각을 키웠다”며 “당시 확보해둔 자금은 해외 기업 인수합병 시 요긴하게 쓰였다”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신동빈의 ‘유비무환’

신 회장의 국제금융 감각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빛을 발했다. 신 회장은 2007년 가을부터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사태가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게 번져갈 것이라고 예측하며 계열사에 운영자금을 미리 확보해 둘 것을 지시했다.

신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계열사에 운영자금을 미리 확보하도록 지시해 어려움을 최소화했다.
이에 호텔롯데를 비롯한 계열사들은 외화표시 회사채를 발행하며 잇달아 자금을 조달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했지만 롯데 계열사들은 미리 확보한 운영자금 덕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신 회장의 유비무환 경영 기조로 남들은 다 움츠러들었던 금융위기 시기, 롯데는 오히려 약진할 수 있었다.

신 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한 후 총 33개의 기업을 사들였는데 이중 3분의 2인 22개를 금융위기가 맹위를 털치던 2008~2010년에 인수했다.

재계 관계자는 “금융위기 당시 롯데의 활발한 M&A는 위기를 미리 대비해 기회로 바꾼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외유내강’ 상남자..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그룹 성장 채찍

신 회장이 지난 2004년 롯데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섰을 때만 해도 그에 대한 재계의 평가는 국제금융 감각을 갖춘 2세 경영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거치며 롯데그룹의 사세를 대폭 넓히자 그에 대한 평가는 조금씩 달라졌다.

특히 지난 2009년 ‘그룹 매출 200조 원 달성, 아시아 탑 10 기업’이라는 비전 2018을 제시하자 그의 원대한 꿈에 놀라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얌전한 재벌 2세 경영자 이미지가 강했던 신동빈 회장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것은 이때 쯤”이라며 “매출 200조 목표가 실현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의 꿈이 유통업계에 국한돼 있지 않다는 것은 확실히 알게됐다”고 말했다.

실제 그가 내놓은 비전 2018에 대한 재계의 평가도 냉정했다. 비전 실현을 위해서는 롯데가 9년내 매출을 200조원으로 끌어 올려야 하는데 당시 롯데의 매출은 48조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비전 2018’이 단순한 비전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목표 제시 후 4년 내 롯데 그룹 매출이 80조원 대로 2배나 뛴 데다,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해외 매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서다.

롯데그룹 매출 추이(단위 : 조원)
실제 신 회장이 경영을 맡기 전인 2004년 5000억원 불과했던 롯데의 해외 매출은 2013년 10조 3000억원으로 20배 이상 늘어났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기존 2%에서 12%로 6배나 증가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전 사업부문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이 뒷받침된다면 비전 2018 실현이 불가능 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잇달아 통큰 베팅..전쟁 나서면 ‘임전무퇴’ 반드시 승리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신 회장의 공격 본능도 점차 그의 경영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신 회장은 최근 국내 1위 렌터카 업체 KT렌탈 본입찰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1조원대 통큰 베팅으로 SK그룹 등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이밖에 한번 인수해 실패했던 하이마트를 비롯해 GS리테일의 백화점·대형마트, 두산 주류 등 굵직굵직한 M&A 전에서 과감한 투자 전략으로 승리를 쟁취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꼭 필요한 사업이다 싶으면 경쟁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통큰 베팅으로 인수전에서 여러 차례 승리했다”며 “롯데가 일단 입찰전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다른 인수 후보들이 적정 입찰가를 얼마로 정해야 할지 고민할 정도”라고 말했다.

신 회장의 M&A 질주 본능은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글로벌 면세접 업계 6위 기업인 이탈리아 WDF(World Duty Free)인수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롯데가 WDF를 사들이면 단박에 글로벌 면세점 업계 탑2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또 러시아 시장 확장을 위해 모스크바에 있는 초대형 쇼핑몰 ‘아트리움’인수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 지속성장의 원동력은 글로벌 경영”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해외 M&A 시도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