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는 전문지나 경제지 취재 영역이었는데 방송에서도 자주 등장하게 된 것이죠. 이는 특정 주파수 대역(700MHz)을 두고 통신용으로 쓸지, 방송용으로 쓸지 갈등이 폭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표들을 비교해 보면, 최근 정책이 크게 바뀐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옛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보는 등 모바일 트래픽 급증 추세를 고려해 통신용으로 40MHz를 주기로 했지만, 초고화질(UHD) 방송 조기 상용화를 주장하는 지상파 방송사와 이를 지지하는 여야 국회의원의 문제 제기가 커지자, 국회와 정부는 일단 국민 안전에 중요한 재난망부터 결정하고 나머지는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했습니다.
|
|
우리나라는 어떻게 하는 게 국민에게 가장 유리할까요? 지상파 UHD의 조기 도입을 위해 주파수를 배정한 국가가 단 한 곳도 없다는 외국 사례나 국제 표준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차치해 두고, 가장 큰 논란 지점은 지상파 방송의 ‘무료보편성’을 바라보는 시각차입니다.
지상파 방송, 과연 무료이고 보편적일까요? 우리가 지켜야 할 지상파 방송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대부분 유료방송으로 보는데…지상파 유료방송 재송신 성명 유감
우리나라에서 지상파방송을 직접 수신해서 보는 가구는 전체가구의 10%도 안 되는 180만 가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케이블TV나 IPTV에 가입해 돈을 내고 보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이죠.
UHD의 경우 현재 55인치 이상 대형 UHD 텔레비전 수상기를 보유한 가구만 볼 수 있다는 점도 당장 지상파 UHD를 ‘무료 보편 서비스’라 규정하기엔 좀 이상합니다. 3D 방송처럼 트렌드가 아닌 화질이란 기본재료에 해당하니 언젠가는 UHD가 지상파의 핵심경쟁력이 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해도 지상파 주장대로 당장 UHD 9개 채널(54MHz폭 주파수)이 필요한지는 의문입니다. 먼저 기술 개발 및 상용화 계획을 밝히고 이에 맞는 주파수를 요구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런 와중에 지상파 유료방송 재송신 갈등이 터져 나온 것은 유감입니다.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만든 한국방송협회는 5일 성명을내고, 방통위의 지상파 재송신 정책 개입에 정면으로 반대했습니다.
방통위는 △정부와 지상파 및 유료방송 업계가 모여 재송신료 협상을 중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필요에 따라 정부가 강제 개입하는 ‘직권조정제도’를 활용하겠고 했는데, 방송협회는 이에 사업권과 영업권을 침해하는 결과라고 비판했습니다.
협회는 “시장의 계약 당사자 간 자율적 협상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자유 시장경제원칙과 사적 자치원칙을 침해하는 월권행위”라며, 직권조정제도가 담긴 법안의 전면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지상파 방송이 그들 주장대로 무료 보편서비스를 추구한다면 사업자 간 갈등으로 블랙 아웃이 돼 발생할 수 있는 시청자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게 문제일까요?
방통위는 보편적 시청권 확대를 위해 현재 무료로 재송신되는 KBS1과 EBS 외에 수신료를 받는 KBS2 채널도 의무 재송신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KBS를 비롯한 지상파방송의 경영난을 우려해 KBS 수신료 인상 이후로 늦췄습니다.
재송신 문제가 UHD 주파수와 무관하지 않은 이유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주파수를 받아 직접 UHD를 전송하려면 투자비가 1조 1000억원(2025년까지 예상) 정도 드는데, 이를 유료방송 재송신료(CPS) 인상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의혹도 있기 때문입니다. 재료(지상파 재송신료)의 가격은 최종 상품 가격(유료방송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민의 시청권을 생각한다면 정부가 재송신에 개입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죠.
|
지상파 방송사들은 억울해합니다. 지상파 관계자는 “지상파를 말살하려 하기 때문에 전사적으로 나설수밖에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종합편성채널을 4개나 선정하고, 방송통신 융합이 진전되면서 정부 정책이 통신위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광고규제나 편성규제 등에 있어 지상파가 경쟁매체인 종편보다 훨씬 강한 규제를 받는 게 사실입니다. 시사보도는 차치하고서라도 드라마만 봐도 SBS(034120) 드라마와 JTBC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관심은 채널에 있을 뿐 크게 구분하지 않습니다. 프로그램 중간광고 역시 전부 짜증 나지만, 그게 JTBC드라마냐 SBS드라마냐의 차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 등에 있어 지상파가 받는 역차별 광고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다만, 근본적인 물음은 남습니다. 다매체 다플랫폼 시대에 기업이기도 한 지상파 방송의 공익적 가치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한류의 전도사, 국내 최강의 콘텐츠제작소로서의 역할은 여전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합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상파 방송사 스스로도 ‘자유 시장 경제원칙’을 언급하는 상황에서, 흔들리는 ‘무료 보편성’을 지켜내려면 현재의 지상파 제도를 공·민영 구분으로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국가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KBS(공영방송)와 나머지 지상파 방송(민영방송)을 구분하고, KBS 수신료 인상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논의했으면 합니다. MBC는 스스로 공영이냐, 민영이냐 하는 정명(定名)을 찾도록 하고, SBS는 상업방송으로서 JTBC, CJ E&M 등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과도한 규제는 풀고 받았던 특혜는 걷어내야 합니다.
▶ 관련기사 ◀
☞ [뉴스Story]단통법 파문..미래부 장관 7일 유통점 방문 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