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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 "언론이 불안 선동"-방송사 항의방문

오마이뉴스 기자I 2004.03.14 13:39:24

임시국회 열어 방송사 강하게 압박할 듯

[오마이뉴스 제공] 평소 "언론환경이 열악하다"며 자신들과 관련된 언론의 보도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겨왔던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에 대한 KBS의 보도에 대해 "편파적"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KBS가 과연 국민의 방송인지, 열린우리당과 노사모방송인지 의심스럽다"고 밝히며 KBS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민주당은 "국회가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가결시킨 대통령 탄핵안에 대해 공영방송인 KBS가 비판일색으로 보도한 것은 공영방송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라며 "특히 야당의 탄핵안 가결만 비난할 뿐 탄핵의 원인제공자인 대통령의 독선과 오기정치, 의사당을 폭력 점거한 열린우리당의 구태정치에 대해서는 일체의 비판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KBS가 여론몰이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탄핵안이 통과된 12일 KBS 9시 뉴스는 최병렬 대표와 조순형 대표 등의 화형식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는 선정적 보도를 했고, 충정과 강원지역에는 "현안사업 차질 우려"라는 보도로 지역주민을 자극할 수 있는 기자멘트와 제목을 내보내는 등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방송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또 "(탄핵안과 관련된) 주민반응을 내보내면서 전국 9개 지역에서 총 16명의 주민을 인터뷰했으나 탄핵 찬성 주민은 1명 뿐"이었다며 "13일 9시 뉴스도 대부분 야당에는 불리하고, 열린우리당은 심기일전하는 모습만을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KBS가 각종 토론회에 친노인사들로 구성된 교수들을 출연시켜 탄핵 반대의견을 집중 보도하고 TV와 라디오의 토론프로그램에서도 탄핵반대 의견을 가진 시청자들을 압도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며 KBS의 여론몰이 의혹을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KBS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탄핵안 가결 이후 높아져 가는 비난여론을 "사전 봉쇄"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총선을 30여일 앞둔 지금부터 탄핵안 가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굳어진다면 민주당으로선 헤어날 수 없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당은 그 동안 총선 관련 보도에 대해 "언론이 총선국면을 양강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해 왔다. 김영환 대변인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가끔 "언론환경이 너무나 열악하다"며 "상임중앙위원회에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한편 조순형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14일 오후 KBS와 MBC, SBS 등 방송 3사를 방문해 공식적으로 항의할 예정이다. 홍사덕 "언론이 불안·혼란 선동... 역풍 있을 것"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후 폭발하고 있는 반대여론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그 책임을 방송사를 비롯한 언론에 돌렸다. 특히 한나라당은 14일 오후 홍사덕 총무를 비롯한 당 3역을 KBS·MBC·SBS 등 방송 3사에 보내 최근 보도에 대해 항의하고, 3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상임위 차원에서도 문제점을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홍사덕 총무는 이날 낮 예정에 없이 기자실을 방문해 "우리가 심하다고 말하기 전에 KBS 등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얘기를 어제 오후부터 듣고 있다"며 "그것이야말로 역풍이 자연발생적으로 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총무는 "(탄핵안) 가결 후 국민들의 정서상 우려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특히 영향력 있는 매체가 어제 그제 거의 선동적으로 촛불시위 장소를 알려내거나 존재하지 않는 불안에 대해서 계속 방송할 때는 그 폭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을 각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총무는 "앞으로 4년을 지난 1년처럼 국가 운영을 해 나가게 되면 대한민국이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과 고건 대행 체제가 국민에게 수일 내에 안정감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탄핵안 강행의 배경을 설명했다. 홍 총무는 또 "이미 4반세기 전에 박정희 대통령이 어느 날 갑자기 권좌를 비우게 됐을 때 흔들림 없이 국가를 이끌어 간 역량, 특히 성숙된 국민적 역량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불안과 혼란을 선동해도 바로 극복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그래서 해야 할 일은 하자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사덕 총무는 이날 오후 KBS를 방문해 탄핵안 가결 이후 방송 내용에 대해 강하게 항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상득 사무총장은 MBC를,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SBS를 각각 항의 방문한다. 또한 한나라당은 오는 16일 3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해 18일 고건 대행의 시정연설을 듣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등 상임위 차원에서 KBS 등 방송사에 대한 강한 압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홍 총무는 "임시국회 상임위는 일단 고흥길 의원에게 문화관광위원회만 열라고 한 상태"라고 말했다. 따라서 "대통령 직무 정지 상태의 국정 혼란을 막고 고건 대행 체제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임시국회가 필요하다"는 당초 명분과는 달리, 3월 임시국회는 초반부터 탄핵안 가결을 둘러싼 야당의 방송 압박 및 정당성 논란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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