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LG `급한불 껐지만`..정상화 험로 예상(상보)

조용만 기자I 2003.11.23 23:36:02
[edaily 조용만기자] LG와 채권단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LG카드가 과연 2조원의 신규자금 지원과 만기연장 협조로 회생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당장의 유동성 부족으로 현금서비스를 중단하고 1차 부도위기에 몰려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LG카드가 이 정도의 지원만으로 정상화의 길을 걷기에 충분하겠느냐는 지적이다. ◇2조원으로 될까..만기연장 등 곳곳 구멍 = 은행권의 2조원 유동성 지원은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는 수준이다. 2조원은 향후 3개월간(연말 또는 내년초) 만기연장이 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LG카드가 만기자금을 상환하고 최소한의 영업활동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자금으로 알려져 있다. LG카드의 경우 지난 21일 교보생명이 되가져간 3000억원이 이번주초 다시 창구제시되는 것 외에 2000억원 가량이 추가로 돌아오고, 12월에는 1조4000억원 가량이 만기도래할 것으로 알려져있다.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2조원의 자금은 연말까지 만기 상환용으로 바닥이 날 판이다. 문제는 만기연장이 전 금융권에서 합의된 사항이 아니라는 데 있다. LG카드는 지난주 은행권에 신규자금지원과 만기연장 협조요청을 하면서 투신권에 이어 증권, 보험, 연기금 등 2금융권을 상대로 IR을 실시했다. 회사 재무상황과 자본확충 전망, 은행권의 지원 등을 설명하면서 2금융권의 협조를 함께 구하는 자리였다. LG카드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도 협상타결후 보도자료를 통해 증권, 보험, 투신 등 제 2금융권과 연기금 등의 만기연장을 위해 정부에 협조를 요청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협조요청을 받았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만기연장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고객들의 요청이나 자체 자금수요에 따라 상환요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신을 포함한 2금융권의 만기연장 문제는 전적으로 개별 금융사의 자체 판단에 달린 문제며 감독당국이 시장안정 차원에서 협조를 유도할 수는 있지만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처럼 카드사 전체와 시장의 문제라면 정부와 감독당국이 나서서 구속력있는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LG카드는 카드업계의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이자 재계 2위의 LG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대주주 책임이 원칙으로 굳어져온 상황에서 정부가 쉽사리 발을 담궜다가는 재벌을 위해 관치카드를 동원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최근 시중금리 상승으로 자금이탈이 늘어나고 있는 투신 MMF에서 고객의 환매요구가 가속화할 경우 투신사 입장에서는 카드채 등 편입채권을 시장에 팔아 환매에 응할 수 밖에 없다. 투신펀드에 포함된 LG카드채는 올 상반기 카드사태이후 크게 줄어들었지만 현재 MMF 상황은 만기연장 카드가 곳곳에서 구멍이 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LG카드가 기존에 만기연장을 요청한 교보생명이 3천억대 매출채권을 창구제시해 1차 부도위기에 몰린 사실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서비스중단·부도우려..신뢰성 위기 이어질까 = 신규자금으로 버틸 수 있는 3개월 또는 그 이후 LG카드의 영업환경이나 실적이 크게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LG가 정상화로 가기 위해서는 영업이 제자리를 잡아 원리금을 단계적으로 상환하고 내년 3월이후부터는 흑자기조가 굳어져야 한다. 채권단은 내년 3월까지 원리금이 상환되지 않을 경우 출자전환 등을 통해 구본무 회장이 맡긴 LG카드와 증권, ㈜LG 등의 지분을 처분할 수 있게 된다. 그룹의 운명이 채권단의 손에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구본무 회장이 2조 원리금에 대해 개인보증을 서는 방안은 확약서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에 대해 채권은행들은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향후 지원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 과정에서 불거진 현금서비스 중단과 부도위기는 향후 우량고객의 이탈과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시 스프레드 확대로 나타날 공산이 높다. 영업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채권단 지원자금으로 근근이 버텨가는 고착상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다음주에는 25일이후 고객들의 결제자금이 속속 유입돼 유동성에 숨통이 트이겠지만 기존 영업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자금수요가 만만찮은데다 부도위기를 의식한 고객들의 고의적 결제지연과 가맹점의 LG카드 거부 등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론 LG그룹이 뒷짐을 지고 이 사태를 방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예정된 3000억원의 증자외에 내년 3월까지 7000억원을 추가증자하기로 확약을 한 상태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계열주가 보유한 LG카드 주식의 소각과 2조원 출자전환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국내외 금융사로부터의 자본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본확충이 예정대로 실행될 경우 LG카드의 정상화가 빨라지겠지만 부도위기에 대한 대응능력 상실 등 이번에 드러난 LG의 유동성 문제와 지배구조의 취약성은 향후 부담요인이 될 전망이다. LG카드의 운명은 일단 주초인 월요일 시장에서 대강의 방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시장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린 문제인 셈이다. 정부와 감독당국도 2조원의 신규자금으로 당장의 위기를 때우며 경기핑계만 댈 것이 아니라 카드업계 전반을 상대로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자본확충을 강도높게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민카드에 이어 외환과 우리 등 은행계 카드의 경우 대부분 모은행에 흡수될 운명이며, 전업계 카드도 LG사태만 해결되면 문제여지는 사라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번 LG와 외환카드의 경우에서 보듯 카드 자회사의 부실은 은행과 모그룹으로 전가돼 시장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부실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