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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보다 동남아, 쿠팡보다 알리테무…"국내 소비 반전 필요"

권효중 기자I 2025.03.04 05:15:00

둔화하는 가계소비 지출…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저
''의식주'' 외 소비 줄이지만 해외여행·직구는 ''활발''
"고물가 상황에 국내 소비할 이유 없다"
''여행 가는 달'' 등 정책 쏟아져…"소비 효능감 높여야"

[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국내 소비는 둔화하는데 해외 소비는 급속도로 확대하는 현상이 지속하며 내수 부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여파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커지자 의식주 등 필수 소비 외에는 지갑을 닫은 소비자들이 해외 여행과 직구에서는 활발한 소비를 이어가면서다.

전문가들은 소비 여력은 쪼그라들고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국내 소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통계청의 ‘2024년 4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월평균 가구당 소비지출은 290만 3000원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소득 증가율은 3.8%를 밑도는 수치로, 2분기 연속 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하회하고 있다.

특히 국내 소비는 16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그 폭이 점차 둔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소비가 급속도로 위축됐던 지난 2021년 1분기 소비 증가율인 1.6%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상승해온 물가가 소비 둔화를 부추기고 있다. 기본적인 의식주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이외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의류·신발과 주거·수도·광열, 식료품을 합한 ‘의식주’ 소비지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4%로, 이는 2022년 1분기(33.5%)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 소비가 필수재를 중심으로 증가율이 둔화하는 반면 해외 소비 증가 속도는 가파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주자의 해외 카드 사용 금액은 217억 219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3% 늘어나며 사상 최대를 나타냈다.

해외 여행 수요 증가와 ‘알리·테무’등 해외 직접구매액 증가 때문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 출국자는 2869만명으로 1년 전보다 26.3% 늘었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해외 직구도 크게 늘었다.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 증가율은 5.8%로 2001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폭을 보였지만 직구 금액은 1년 전보다 19.1% 늘어난 7조 9583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컴퓨터 및 주변기기(780%), 화장품(322.2%), 스포츠·레저용품(292.9%) 등 필수재가 아닌 분야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국내 물가가 높아진 상황에 더해 국내 외 세계 시장에서 충분한 ‘대체재’를 찾아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물가가 다소 둔화했다 해도 여전히 기본적인 의식주 비용 등 부담이 높은 상황”이라며 “제주도 여행과 동남아 여행의 가격이 비슷하다면, 국내 소비를 할 요인이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숙박 쿠폰이나 할인 등의 현재 소비 진작책만으로는 국내 소비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로 인한 가격 경쟁에서 국내에서의 지출이 밀리고 있는 것”이라며 “국내 소비자들이 국내 소비에서 느낄 수 있는 효능감을 위해 관광 등의 질을 높이거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방법이 내수를 끌어올릴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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