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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해 병원에서 일정 기간의 임상 수련을 하는 의사를 뜻하는 말합니다. 이들은 전문의가 되기 위해 내과나 외과 등 전문과목을 선택해 레지던트 과정을 밟는데요. 보통 대형 병원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죠. 이들이 이탈하면 병원의 수술과 진료가 극심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우기 시작하면서 예상대로 의료 현장엔 혼란이 벌어졌습니다. 아직 전공의 파업이 초기인 탓에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대란이 벌어지진 않았지만,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된 상황입니다. 실제 취재진이 현장에서 만난 환자들은 혹시나 자신의 수술이나 진료가 밀리진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빅5’라고 불리는 국내 굴지의 대형병원들엔 암과 같은 중증환자들이 수술을 받거나 전후 진료를 받기 위해 많이 몰리는데요. 전공의들의 비중이 가장 컸던 만큼 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근심은 컸습니다. 일부 병동에선 대기 시간만 4시간이 걸리는 광경도 목격됐고, 환우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술이 미뤄졌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글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이들 병원은 다음달까지 수술을 최대 50%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예약된 환자에게 안내 메시지를 보내면서 마치 폭풍전야와 같은 모습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전공의들의 파업으로 걱정이 커지고 있는 건 환자들만이 아닙니다. 남은 전공의, 전임의 등 의사들에게 모든 업무가 떠넘겨지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각종 응급상황에서 의사의 진료를 돕는 진료보조인력, 이른바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들의 부담 역시 상당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실제 간호협회는 지난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사들이 대리처방과 대리기록은 물론 치료처치, 검사, 수술 봉합 등에 내몰리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고 했죠. PA(진료보조인력)간호사뿐만 아니라 일반간호사들까지 전공의들의 업무를 떠맡고 있고, 이들은 의료 행위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지고 있지만 정부와 의사협회의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원을 2000명 늘리는 것이 맞느냐는 게 갈등의 핵심인데요. 정부는 인구 고령화로 의료 수요는 계속해서 많아질 것이고, 지금도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기 떄문에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협은 ‘2000명’이라는 숫자의 산정 과정이 과학적이지 않다며 반박하고 있죠. 이미 많은 의사들이 배출되고 있다는 게 의협의 주장입니다.
어떤 논리가 맞는지는 차치하고, 이번 파업이 2주 이상 이어질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전날 오전 8시를 기해 보건의료 재난경보 단계를 기존 ‘경계’에서 최상위인 ‘심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아니라 보건의료 위기 때문에 재난경보가 ‘심각’으로 올라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최대한 빨리 수습돼 피해를 입는 국민들이 없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