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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인재, 기후위기 적응 정책 이대론 안된다”

김경은 기자I 2023.07.19 07:34:09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장 긴급인터뷰
''잘 적응된 국가''가 살아남을 기후위기 시대
사고 터지고 땜질식 강화 대책으론 미래 못막아
영국, 기후위기 적응 재원마련 논의 착수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100년 빈도를 넘어서는 극단적 기상현상이 일상화하면서 ‘국가기후위기 적응 대책’에 적신호가 켜졌다. 과거 기상관측 자료에 기반하고 있는 현 방재 대책이 이같은 새로운 기후변화에 속수무책이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지구 온도에 ‘잘 적응된 국가’가 되는 것이 탄소 감축보다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휘철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장은 1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과학은 기후변화라는 외력에 의해 우리의 안전이 더욱 나빠질 것을 경고하지만, 과학적 기반에 의해 국가기후위기 적응 대책이 수립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고가 터지고 대책이 강화되는 땜질식 대처로는 앞으로 닥칠 보다 암울한 미래 전반을 대비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휘철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장
◇과거 관측 자료 의존 벗어나 과학적 기준 따라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이대로 가다간 지구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1.5도 이상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계속 경고하고 있다. 그는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할지는 불확실하지만, 지구온도가 1.5도 이상 더 뜨거워질 것은 자명해 보인다”며 “감축보다 적응이 더 강조되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의 방재대책은 과거 관측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과학적으로 미래 기후변화 예측에 따른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이어갔다.

환경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홍수취약지역 피해경감을 위한 홍수방어목표 개선 방향’ KEI포커스에 따르면 상당수 하천의 홍수방어목표가 50년 빈도의 매우 낮은 수준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는 하천은 50년 빈도인 반면 피해 수준이 낮은 하천은 80년, 100년 빈도로 설정되어 있다. 기상이변에 대비가 부족할 수준일 뿐만 아니라, 예상되는 피해의 정도에 따른 홍수방어 기준이라 보기도 어렵다.

지난해 수도권 집중호우를 계기로 정부는 지난 2020년 수립한 제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2021~2025년)에 나아가 감시·예측 체계를 강화한 제3.5차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지난 6월 22일 내놨다. 여기엔 홍수방어 능력을 높이기 위해 소하천 범람 대비 설계빈도를 100년에서 200년으로 상향하고 대심도터널, 지하방수로, 강변 저류지 등 적응 기반시설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같은 강화 대책이 모두 과거의 관측 자료에만 기반한단 것이 정 센터장의 지적이다.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 소속으로 국내 유일의 적응정책 전문 연구기관으로 2009년 7월 1일 설립됐다.

출처:e-나라지표
그는 “과학자들은 앞으로 자연 재해로 인해 더 많이 죽을 것이고 더 많은 피해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의사결정권자들은 이를 예전부터 이어온 재난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며 “강화한 대책은 계속 나오지만 통상 해온 방재 대책에서 10~20% 설계를 강화하란 식의 대책은 과학적이라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방재 시스템을 포함해 장기적으로는 인구구조 등 사회경제적 변화까지 고려하고, 과학적이며 합리적 기준에 따라 대책이 나와야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예컨대) 이번 폭우로 문화재가 많이 소실되면서 문제가 대두하고 있는데, 그동안 문화재에 대한 기후위기 적응대책이 거의 없었다”며 “이렇게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우리가 뭘 해야할지를 고민하고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매년 1조6000억원씩 적응 재원 마련…사회적 안전망 구축도 필요

영국에서도 지난 2월 기후자문기구인 기후변화위원회(CCC·Climate Change Committee)가 10년간 매년 기후적응에 10억파운드(한화 약 1조6000억원)씩 투입하라는 정책입안을 주창했다.

이처럼 추가적 투자를 위해선 통상적 예산 항목과 별개로 별도의 재원이 요구되며, 이는 우리나라만 처한 문제는 아닌 것이다. 국내에선 기후위기 대응기금이 존재하지만, 대부분 우선순위가 높은 감축에만 쓰이고 있어 적응에 대한 별도 재원 마련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인프라 투자뿐만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 확충도 강조돼야한다. 정 센터장은 “기후위기 적응은 자연재해와 사람의 관리의 문제다. 투자를 한다고 안전한 것도 아니다”라며 “최근 기후위기 거대담론이 ‘회복력(Resilience)’있는 사회란 점에서 우리도 여기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피해가 발생하면 대개가 인프라만 신경을 쓰는데 다시 복구해 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사회의 회복력에 대한 대책도 집중해야한단 말이다.

부주의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 취약계층의 회복을 지원할 수 있는 복지시스템, 공적 안전망 이외의 사회적 안전망 구축 등도 요구된다고 정 센터장은 지적했다.

해외 선진 사례로 영국은 보험 등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해 침수위험지도에 대한 정부의 데이터 구축과 민간 활용을 촉진하고 있다. 이는 기업도 강화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재무적 리스크를 산출해 공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보 수준은 아직 미미하다. 한국환경연구원이 발간한 ‘기후변화 적응정책 10년’ 보고서에 따르면 물, 산림·생태계, 국토연안, 해양·수산, 농축산, 건강, 산업·에너지 등 7개 부문 87개 리스크에 대해 관련 내용 공개자료를 조사한 결과 국가가 구축한 자료는 28개 리스크를 제외하고 68%의 리스크에 대한 정보는 파악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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