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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서천·태안=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정부가 충남에서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29기 중 14기에 대한 단계적 폐쇄를 결정했지만 정작 발전소 인근 지역주민들에 대한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충남 서해안 일대는 전기 생산의 전초기지로 발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물질에 노출, 지난 30여년간 고통을 겪었다는 점에서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후 야기될 경제·인구 등의 문제에 대해 국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산업부, 충남도 등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충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억 5475만t(22.1%)으로 전국(7억 137만t) 17개 시·도 중 가장 많았다. 다만 충남 서해안 일대에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한 결과, 대규모 일자리가 창출, 지역주민들 상당수가 발전 산업과 관련된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충남에 위치한 화력발전소 29기에서 근무하는 발전사 소속 정규직원은 지난해 1월 기준 3509명으로 협력업체 소속 인력까지 합치면 700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온실가스·미세먼지 감축 및 탄소중립 등 친환경이 글로벌 기준으로 새롭게 정립되면서 석탄화력발전소는 대거 문을 닫거나 닫을 예정이고, 이 과정에서 지역소멸도 현실적인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12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며 2032년까지 충남의 화력발전소 14기(보령 1~2, 5~6호, 당진 1~4호, 태안 1~6호) 폐지를 결정했다. 가장 먼저 2020년 10월에는 보령 1~2호기가 문을 닫으면서 충남 보령은 처음으로 인구 10만선이 깨졌다. 같은해 10만 336명이었던 보령시 인구는 2년 뒤인 지난해 10월 9만 7268명으로 3068명이 줄었다. 발전소 폐쇄로 일자리를 잃은 지역민이 떠난 것이다. 정부는 기존 석탄화력발전소를 LNG발전소로 대체해 발전소 폐쇄 지역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지만 폐쇄가 예고된 충남의 발전소 12기 중 6기는 이미 여수와 울산 등 타 지역으로 둥지를 옮겼다. 충남도는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로 생산유발금액 19조 2000억원, 부가가치유발 금액 7조 8000억원, 취업유발인원 7600명 등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충남도 등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여러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지원책 마련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충남도가 확보한 발전소 폐쇄 지역 지원 예산은 자체 조성한 정의로운 전환기금 100억원이 전부다. 최근 충남도는 인천시, 전남·경남도 등과 공조해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나섰다.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 58기 중 절반인 29기가 보령과 당진 등 충남에 있고, 나머지는 경남 14기, 강원 7기, 인천 6기, 전남 2기 등으로 동일한 위기에 대해 지자체들이 연대해 대응하기로 했다. 특별법은 폐쇄 예정지역의 지역경제 위축 및 고용위기, 인구감소에서 오는 경제위기 등을 극복하기 위해 준비 중인 법으로 각 시·도는 일관성 있는 지원 등 종합대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유재룡 충남도 산업경제실장은 “지자체간의 연대를 통해 중앙부처에 일관된 지원을 이끌고, 지속적인 법제정 촉구 등 공론화 및 지역국회의원 등의 협력을 통해 석탄화력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관련 전문가들은 “한국과 달리 독일은 구조강화법에 근거해 정부에서 조성한 연방 구조전환기금 148억유로(한화 20조원 상당)를 2038년까지 지원받는다”며 “탈석탄과 함께 석탄산업 폐지지역에 대한 보호에도 힘쓴 독일의 사례를 한국 정부는 배워야 하며, 화력발전소 폐쇄 지역이 소멸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 지원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