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사유의 몸짓, 한국무용 현주소를 그리다

윤기백 기자I 2022.05.26 06:30:00

-심사위원 리뷰
한국춤협회 ‘제36회 한국무용제전’
''춤, 사유의 발견'' 주제로 일상·인간성 회복 고민
최우수상 ''상냥한 호소'' 여성 무용수 활약 돋보여

[장지원 무용평론가]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한국창작춤계의 선구적인 역할을 하는 춤축제로 자리 잡은 한국무용제전이 올해도 펼쳐졌다. 사단법인 한국춤협회(이사장 윤수미)가 개최한 ‘제36회 한국무용제전’은 4월 1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과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열렸다. 한국무용계의 우수한 인재 발굴, 한국춤 브랜드의 새로운 창출을 목표로 하는 한국무용제전은 매년 의미 있는 주제를 선정해 동시대성을 담아냈다. 이번 주제는 ‘춤, 사유(思惟)의 발견’이었다. 코로나19 시대에 춤 예술을 통해 사유하며 일상과 인간성을 회복하자는 의미였다.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임학선댄스위 김주빈의 ‘그럼에도 불구하고’(사진=한국춤협회·Hanfilm)
첫 작품은 우수작품상에 빛나는 임학선댄스위 김주빈의 ‘그럼에도 불구하고’였다. 그는 인간 군상을 통해 삶의 희망에 대한 갈구를 젊은 무용수들이 뿜어내는 충만한 활력과 순수한 춤으로 잘 풀어냈다. 무용수들의 합이 어긋나는 부분만 보완한다면 자유로우면서도 조직적인 안무가 그들의 안무력과 에너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킬 듯했다.

송영선무용단 송영선의 ‘야단법석의 계(界)’는 주제의 무게감이 컸다. 이에 비해 작품을 다루는 섬세함이나 다양한 구성이 아쉬웠기에 춤사위를 통한 다채로운 이미지화 작업이 요구됐다. 가온아트컴퍼니 김현아의 ‘프리즘-굴·절·인·간’은 영상과 음악과의 조화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작의 느낌은 좋았으나 영상, 음악에 비해 무용수들과 구성이 미약했고, 서울예술단 스타일을 벗어나는 변화가 필요했다.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단 아트 컴퍼니 김민우의 ‘상냥한 호소’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여성 무용수들의 활약이 돋보였고 전체적 이미지를 다루는 감각이 뛰어났다. 여성적 느낌이 강하면서도 유동적 흐름과 에너지가 강렬한 작품으로 가장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수작이었다.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단 아트 컴퍼니 김민우의 ‘상냥한 호소’(사진=한국춤협회·Hanfilm)
창무회 백주희의 ‘날개가 된 시간’은 나름의 개성 있는 춤 어휘가 창무회의 특성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다만 다소 조급하고 정리될 부분이 엿보였기에 선택과 집중의 순간이 아쉬웠다.

일반 관객 평가단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에게 주어지는 관객특별상은 김승일무용단 민애경이 수상했다. ‘잊지마’는 춤의 생명성을 이야기한 작품으로 한국적 정서의 표현과 기존의 전통적 춤사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롭게 비튼 시도가 신선했다. 특히 대중성을 고려해 해학적인 측면을 가미한 점이 재미를 더했다.

육혜수무용단 육혜수의 ‘봄처녀 제 오시네’는 주제와 부합하는 부분이 선명했고 진중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기존의 무용단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후반부 밀도가 떨어지는 부분만 보강되면 완성도를 더할 듯했다. 성재형 숨 무용단 정경화의 ‘까마귀 탱고’는 화려한 조명과 천의 사용이 신선하진 않았지만 인상적이었다. 다만 과거의 스타일에 머물러 특별한 구조나 안무가 선명하지 않았다.

올해 한국무용제전은 ‘춤, 사유(思惟)의 발견’이라는 모토로 인해 전반적으로 스케일이 컸다. 하지만 추상적인 주제 선정과 이를 표현하는 과정에서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는 현상도 있었다. 또 과거에 비해 새로운 움직임 개발이 엿보이는 작품과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 공존했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수준은 높았고,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기에 동시대 한국무용의 현주소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관객특별상을 수상한 김승일무용단 민애경의 ‘잊지마’(사진=한국춤협회·Hanfilm)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