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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5% 남은' 카뱅, 실적 모멘텀 찾을까

노희준 기자I 2022.02.01 10:00:00

28일 마감 4만1000원...공모가 3만9000원 4.8% 높아
대출규제로 국내외 증권사 실적 전망 낮춰
''기술주'' 성격 부각으로 금리상승기에도 소외
1분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출시 주목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금리 상승기에도 다른 은행주와 달리 추락하는 카카오뱅크(323410)에 날개가 있을까. 여러 악재로 고전하며 5%만 추가 하락하면 공모가마저 깨지게 될 카카오뱅크의 향후 실적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뱅 주가 흐름 (자료=대신증권 HTS)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8일 전일 대비 3.4%(1350원) 오른 4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종가 기준 최저가인 3만9650원까지 밀리면서 4만원대가 붕괴됐다가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카뱅은 종가 기준 최고가인 지난해 8월 19일 9만2000원보다 반토막 넘게(55%)하락한 상황이다. 자칫 공모가(3만9000원)까지 하회할 지 모르는 처지까지 몰리고 있다. 현 주가는 공모가보다 4.9% 높은 수준이라 5%만 하락하면 공모가가 깨진다.

카뱅은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주가가 부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카카오 그룹 내 이슈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 9월 카카오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에 휩싸인 데다 류영준 카카오페이(377300) 대표의 스톡옵션 행사로 ‘먹튀 논란’에도 휘말리면서 악재를 만났다.

류 대표는 지난해 11월 25일 카카오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됐다. 하지만 카페 상장(지난해 11월3일) 한 달 만 정도 만인 지난해 12월 10일 임원들과 카페 주식 900억원치를 블록딜(시간외 대량 매매)방식으로 처분해 개인적으로 469억원을 현금화해 먹튀 논란을 불렀다.

류 대표는 이후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카카오는 또 재발방지 대책으로 계열사 상장 후 최고경영자(CEO)는 2년 간, 그 밖의 임원은 1년간 주식을 매도할 수 없도록 했지만, 소액 투자자들의 신뢰를 이미 잃은 뒤였다.

문제는 실적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이미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을 받고 있어 실적이 큰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기업 활동의 객관적 지표는 여전히 실적이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외국계 증권사에서 카뱅을 ‘팔아라’는 투자의견 ‘매도’를 제시한 증권사까지 나온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11일 카뱅의 대출증가율이 둔화할 것이라며 연간 이익 추정치를 올해와 내년 각각 23%, 29% 하양 조정했다. 이에 맞춰 목표가 역시 기존 8만2000원에서 5만2000원으로 단번에 37%나 끌어내렸다.

국내 증권사의 실적 전망도 좋지는 않다. 키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강화된 정부 규제로 인한 이익 성장 둔화를 고려해 2022년과 2023년 순이익을 각각 27.8%, 23.6%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투자의견은 ‘마켓퍼폼(Marketperform, 시장수익률)을 유지했다. 시장대비 -10~10% 주가 변동이 예상된다는 의견이다.

당장 이달 9일 내놓을 4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는 않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분기 대비 4.4% 증가한 543억원 내외의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시장 기대치 647억 원 대비 부진한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 영향으로 이자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감소하는 데다 주가 상승으로 인한 스톡옵션 행사 증가와 광고비 추가 집행 등으로 판관비가 증대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카뱅 주가 부진에는 금융주라기보다 ‘테크주’와 ‘기술주’ 성격이 부각된 측면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상승이 은행주처럼 실적을 끌어오리는 요인이 아니라 외려 실적을 크게 할인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미래 실적을 현재가치로 바꾸는 과정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로 고밸류 주식들의 주가 약세가 지속되면서 카뱅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1분기 예상되는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출시는 키뱅의 실적 부진 탈출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다만, 파괴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감독당국이 가계대출 증가 억제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도 설정된 가계대출 증가 목표 범위 내에서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달부터는 수급이 더 꼬일 수 있다. 상장 6개월을 맞아 보호예수(의무보유) 물량이 일부 해제되면서 오버행(대량물량출회)이슈가 불거지기 때문이다. 최대주주 카카오(035720) 보유 지분 27.26%(1조2953만3725주), 한국금융지주 계열 지분 27.26%(한국밸류자산운용 1조1048만4081주+한국금융지주 1904만9643주), 국민은행 지분 8.02%(3809만7959주) 모두 보호예수 6개월짜리로 이달 6일 이후 매도가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다. 2020년 말 들어온 전략적 투자자 TPG캐피탈(지분 2.24%)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지분 2.24%)의 보유분도 2월 6일 이후 매도할 수 있다. 공모 당시 들어온 기관투자자들 중 지분 2.79%분도 6개월 보호예수를 걸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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