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자영업자들을 위한 손실보상제의 입법 취지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손실보상제를 논의할수록 늪에 빠지고 있습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서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손실보상제 관련해 이같은 걱정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동안 문재인정부가 선의로 추진했던 여러 정책들이 후유증을 남겼던 선례가 반복될 것이라는 걱정입니다.
논의는 불붙은 상황입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오전 국회 앞에서 손실보상안을 공개 제안합니다. 보상안에는 작년 3월18일 최초의 집합금지 행정명령 이후 1년간의 집합금지·집합제한 피해를 소급적용해 업체당 최대 300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이 반영됐습니다.
대선을 앞둔 여야는 손실보상제 지급에 환영하고 있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3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손실보상을 언제부터 적용해 누구한테 얼마나 줄지 정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2차 긴급재난지원금 편성 당시 지급 대상을 놓고 벌어졌던 논쟁이 재연될 수 있습니다.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월28일 총리 주재 목요대화에서 “대상과 기준, 금액 하나하나가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손실 보상 대상을 집합금지·영업 제한 업종 정도로만 한정한다면 과연 그게 또 적정한지 살펴봐야 한다”며 “소상공인과 유사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할 거냐”고 반문했습니다.
자영업자, 취약계층 등 유사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대상을 모두 지원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렇게 되면 재원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코로나 지원을 추진하면서 올해 국가채무는 1000조원에 육박할 전망입니다. 증세 없이 국채 발행을 하면서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이는 결국 미래세대 부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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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내놓았지만, 문제는 적용 시기가 너무 늦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에 따르면, 실시간 소득 기반 시스템을 구축해 우리나라 자영업에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시기가 2025년입니다. 이때보다도 늦어질수도 있습니다. 일부 자영업자들이 자신의 소득을 월단위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꺼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소송전입니다. 국회는 손실보상 근거를 담은 법안을 통과시킨 뒤 정부의 손실보상위원회에서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보상 규모 등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정부 고민입니다.
실시간 소득파악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손실대상·규모 등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손실이 입증되는 최소한의 규모만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불복하는 신청자들이 속출할 수 있습니다. 정부에 민원도 쇄도할 것입니다.
헌법, 코로나 시대정신을 고려할 때 취약계층 지원 등을 비롯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논의는 분명히 해야 합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으로 흐를 때는 단호하게 선을 긋는 결단도 필요합니다. 김부겸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중심을 잡는 리더십을 보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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