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창업한 도미노피자는 ‘30분 배달제’를 내세우며 미국 피자 프랜차이즈 2위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낮은 요식업의 특성상 경쟁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배달원들의 교통사고도 이어지며 사회적 비난에 휩싸였다. 도미노피자의 주가는 2008년 3달러까지 추락했다. 모두들 도미노피자는 헐값에 매각될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도미노피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투자에 나섰다. 기존의 배달 관행을 바꾸기 시작했다. 2007년 온라인과 모바일 주문을 시작으로 2010년 아이폰, 2011년 안드로이드폰용 주문 앱을 내놓았다. 배달 데이터를 활용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쿠폰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6년에는 배달 플랫폼을 스마트워치, 자동차, AI스피커 등으로 확대했다. 현재 도미노피자를 주문할 수 있는 플랫폼은 36개에 달한다. 배달 역시 드론과 전기자전거, 자율주행 로봇으로 다양화했다. IT가 결합된 도미노피자의 변신에 소비자는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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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디지털의 속도에 불 불붙였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이데일리 본사에서 열린 ‘특별 연속기획: 코로나19와 그 이후’에서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은 도미노피자의 성공사례를 소개했다.
“한 때 3달러이던 도미노피자의 주가가 지금 370달러가 넘어요. 최근 1년 동안에만 30%가 넘게 올랐어요. 다들 코로나19의 최대 수혜주가 넷플릭스라고 하는데, 도미노피자의 주가가 더 많이 뛰었습니다. 모두 끝이라고 했을 때, 도미노피자는 목숨을 걸고 디지털화에 나섰어요. 코로나19 시대에 교훈을 줄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사례가 바로 도미노피자입니다.”
김 부회장은 언택트(Untact·비대면)가 코로나19로 인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개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원래부터 있던 트렌드가 코로나19로 가속화되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서로 만나지 않고도 교류하는 언택트의 본질은 디지털 격변의 가속화에요. 코로나의 출연으로 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졌을 뿐이지, 방향은 이미 뚜렷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1980년대 제시된 ‘코쿠닝(cocooning)’을 예로 들었다. 마케팅 컨설턴트인 페이스팝콘이 처음 제시한 ‘코쿠닝’은 현대인들이 외부세상을 피해 자신의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연스럽게 대형 TV 수요가 늘고 배달음식이나 스트리밍(1980년대는 비디오) 시장이 커지는 것 역시 이미 40년 전인 코쿠닝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코로나 때문에 이제 이런 변화가 확실하게 인식이 된 거죠. 모든 산업이 전방위적으로 이 변곡점에 섰어요. 이제 원격의료나 원격교육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없어질 겁니다.”
오프라인에 특화한 기업들, 늦지 않았다
코로나가 닥치기 한참 전부터 디지털을 준비한 기업들도 있지만, 준비하지 못했다고 해서 낙담할 때가 아니라는 게 김 부회장의 조언이다. 지금부터라도 도미노피자처럼 기존의 콘택트(대면·Contact)에 언택트를 접목한 시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이를 ‘딥택트(Deeptact)’라고 불렀다. 기존의 촘촘한 점포망과 면대면 서비스 등 콘택트에 강한 기업들이 IT를 활용한 언택트를 결합해 고객들에게 깊숙하게(deep) 접촉하는 딥택트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언택트의 시대는 접촉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언택트의 기술을 활용해 얼마나 고객들에게 깊숙하게 다가가는지가 앞으로의 승부처가 될 겁니다.”
그는 코로나19 시대 이후 어떻게 경영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라는 한 의류 업체에 200~300개가 넘는 오프라인 점포를 정리하고 중심지에 30개 정도만 남기라고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주문을 온라인으로 받아 기존의 고객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물류창고를 통해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처럼 빠르게 고객들에 다가가는 한편, 점포를 줄이고 남은 돈으로 서울 강남에 눈에 띄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오가면서 브랜드를 확실히 인지하고 세련된 이미지로 인식하는 게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기존의 인프라는 분명한 장점입니다. 다만 유지비가 너무 크고 시대가 바뀌고 있지요. 그러니 유형자산을 최대한 줄이고 아낀 돈으로 디지털을 접목해 해답을 찾으면 됩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변화는 그 자체가 기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