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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독자 비즈니스 호텔 체인 키우기 분주… 내막은?

김무연 기자I 2020.03.04 05:30:00

호텔신라, 서울 삼성동에 신라스테이 16호점 개관
GS리테일, 파르나스호텔 통해 나인트리 확장 진행 중
신세계그룹, 자체 비즈니스 호텔 브랜드 설립 검토중
고객 수요와 높은 이익률로 기업 선호도 높아

신라스테이 삼성점(사진=호텔신라)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대기업 호텔 운영사들이 독자적으로 비즈니스호텔 체인 구축에 나서고 있다. 독자 브랜드를 구축해 다변화하고 있는 고객 수요를 잡고 해외 유명 호텔 브랜드 사용 수수료를 낮춰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 깔렸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다음달 1일 서울 삼성동에 ‘신라스테이’를 개관한다. 호텔신라는 2013년 11월 경기도 동탄에 신라스테이를 처음 선보인 뒤 꾸준하게 호텔 수를 늘려왔다. 삼성동에 개관하는 신라스테이는 12호점이다.

신라스테이는 해외 관광객 보다는 비즈니스 고객의 수요에 맞춰 설계된 프리미엄 비즈니스호텔이다. 출장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신라호텔급의 품질과 서비스를 실용적인 가격으로 제공하자는 것이 신라스테이의 모토다.

실제로 호텔신라의 전략은 적중해 신라스테이는 2015년부터 4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신라스테이 매출은 지난해에도 매분기 30%가 넘는 신장률을 기록했다.

신라스테이의 뷔페 레스토랑인 ‘카페(Cafe)’도 인기가 높다. 호텔 뷔페 치고는 비교적 저렴한 1만대 후반에 즐길 수 있어 호텔 인근 직장인들에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맛집으로 인기가 높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카페 매출에는 큰 변동이 없다”면서 “신라스테이는 식음료 사업부문에서도 꾸준히 이익이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GS리테일의 호텔 자회사인 파르나스호텔도 일찌감치 비즈니스호텔 체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파르나스호텔은 지난 2012년 자체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나인트리 호텔 1호점을 개장한 뒤 꾸준히 숫자를 늘려오고 있다. 지금까지 △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 명동 2호점 △나인트리 호텔 프리미어 인사동 △나인트리 호텔 동대문 등 총 4곳을 운영 중이다. 파르나스호텔은 오는 2021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나인트리 호텔을 추가로 개관할 계획이다.

GS리테일은 글로벌 호텔 체인인 인터컨티넨탈 호텔그룹(IHG)과 협약을 맺고 삼성동에 그랜드 인터컨티넨탈과 인터컨티넨탈 두 개의 특급 호텔을 운영 중이다. 다만 비즈니스호텔의 수요를 충족하고 자체 브랜드로도 시장에서 승부가 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베테랑 호텔리어인 김호경 대표를 영입해 나인트리 호텔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나인트리 쿼드러플룸.(사진=파르나스호텔)
3성급인 명동 1호점은 응대 서비스를 줄이는 대신 객실을 넓히는 등 ‘휴식’이라는 기능에 집중했다. 반면 2, 3호점은 4성급인 프리미엄 브랜드로 개관해 시내 접근성이 좋고 고급스러운 객실 분위기를 선호하는 고객 수요를 충족했다. 나인트리 호텔의 확장으로 파르나스호텔의 영업이익은 2016년 65억원에서 2018년 370억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그룹도 비즈니스호텔 확장 카드를 고심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올 하반기까지 서울 저동과 경기도 판교, 부산과 제주도 등 총 4곳에 새로운 호텔을 개관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 중 서울 저동과 경기도 판교에 문을 열 호텔은 비즈니스호텔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신세계 조선호텔 관계자는 “비즈니스호텔 개점 여부와 자체 브랜드 활용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호텔 운영사들이 이렇듯 비즈니스호텔 확장에 집중하는 까닭은 다변화하고 있는 고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함이다. 위치에 따라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는 곳과 비교적 고급화한 호텔을 따로 마련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 출장객과 여행객을 흡수하겠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특급 호텔은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를 아우르는 MICE 고객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특급 호텔이 수용하지 못하는 고객을 잡아 전반적인 수익률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것이 업계의 컨센서스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호텔 체인 관계자는 “비즈니스호텔을 찾는 고객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인데다 비즈니스호텔은 특급 호텔에 비해 수익률 또한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 국내 호텔 기업들은 호텔 운영 경험이 없어 글로벌 호텔 체인에 위탁 운영을 해왔지만 수 년 간 노하우를 쌓아 자체적으로 브랜드 운영이 가능해졌다”며 “기업 브랜드 제고 뿐 아니라 불필요한 브랜드 수수료를 절감하기 위해 실리적인 선택을 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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