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이 잠시 지나가는 현상일까. 위기는 항상 찾아온다. 우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 2008년 미국 발(發) 경제위기도 겪어봤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듯이 위기이후 다시 탄력을 받고 성장한 경험도 해보았다. 그렇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이 나타난다. 과거와 같은 급격한 경제위기는 아니지만 어려운 환경아래서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거대 유통업체가 대규모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에만 1조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고 한계에 다다르면서, 매장 700곳 중 30%인 200여 곳을 폐점하는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전국의 요지에 매장을 가지고 있고 막강한 브랜드, 제품의 대량매입을 통한 가격 경쟁력, 축적된 마케팅 능력 등 장점은 수도 없이 많다. 그렇지만 비즈니스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온라인의 급성장이라는 추세를 피할 수 없었다는 평가가 절대적이다. 통계로 보면 온라인 매출이 전체 유통 채널 매출에서 40%나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으니 원인을 온라인에서 보는 것도 합리적일 것이다. 온라인 쇼핑은 즉시성,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문화와 인터넷 모바일 기술발달로 급격한 성장을 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빠른 배송, 상품추천, 간편 결제, 편리한 애플리케이션(앱) 등이 구매형태를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다. 조사 통계를 보면 상품추천, 간편 결제 등이 급격한 매출을 이끌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온라인 매장 경쟁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바로 고객 데이터에 있다. 고객의 데이터를 가공해서 고객에게 편리성으로 돌려주면 고객은 더 자주 사용하게 된다. 이런 사용빈도의 증가는 데이터를 더 풍성하게 해준다. 경쟁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막강한 지배력을 가졌던 대형 유통업체들도 어려움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소상공인들은 어떤 상황일까. 말하지 않아도 쉽게 예측이 된다. 개인 사업자 중심의 소매점은 1980년대 초 85%의 비중에서 40%이하로 떨어졌다. 대형업체들이 과감히 투자를 하고 있는 동안 소상공인들은 10년, 20년 전과 별로 다르지 않는 방법으로 비즈니스를 유지하고 있다. 향후 비즈니스에서 무엇이 있어야 현재와 같은 비즈니스 상황에서 살아날 수 있을까.
지난해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실리콘 밸리의 ‘팔란티어 테크놀로지(Palantir Technologies)’를 다녀온 적이 있다. 팔란티어는 빅데이터 분야 대표 유니콘 기업(10억 달러 이상 기업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스타트업)인 데이터 분석 서비스 전문기업이다. 이 회사가 유명해진 계기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국제 테러리스트인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의 은거지를 찾아내는데 결정적인 기여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이다. 실제 미국 정보기관들이 사이버 테러와 스파이 활동을 잡기 위해서 팔란티어의 빅데이터 기술을 사용하고, 최근 이란의 핵무기 개발 활동 감시에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팔란티어는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민간 기업에도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이 모은 설문 조사, 각종 엑셀 데이터, 홈페이지 열람 기록, 신용카드 기록 등을 모두 데이터로 통합해 고객의 목적별로 분석하고 상관관계를 파악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용한 영업기회를 영업 담당자들에게 제공한다. 특히 영업에 고객 행동 패턴과 시장에서 일반적인 고객 행동을 기반으로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기회를 알려주어 추가 판매 기회를 극대화한다. 이런 형태의 데이터 분석 응용기술을 통해서 거대 기업들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영역을 가리지 않고 데이터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이런 기술들이 영업에 적용되고 있다. 기업에서 이런 데이터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의 격차가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다.
예전부터 우리는 영업을 경험에 의존해왔다. 소상공인들은 단골이라는 형태로 기억속의 데이터를 관리해왔다. 아주 한정된 지역에서는 기억에 의존하는 단골의 개념이 잘 작동해왔다. 유능한 영업사원들도 본인만의 데이터를 수첩에 빼곡히 기록하고, 경험이라는 프로세스를 통해서 데이터를 잘 이용하는 사람들이 성공했다. 그런데 비즈니스의 원리는 같지만 이제는 방법을 바꾸어야 할 때이다. 사람의 메모나 기억력보다 훨씬 뛰어난 기술이 나온 것이다. 암산을 하다가, 주판을 이용하고, 전자계산기와 컴퓨터를 활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새로운 도구를 잘 활용하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된다. 이제는 비즈니스의 규모와 상관없이 데이터의 확보와 활용이 향후 비즈니스의 승패를 결정할 것이다.
정부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각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주요 지원 사업들은 긴급자금지원, 인건비 지원, 카드수수료 조정, 세금부담완화 등 경제적 지원과 가맹본부와 가맹점간의 불공정 행위 방지 등 경영부분까지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지원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살려낼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보면 단기적이고 대증적(對症的)인 처방이다. 소상공인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새로운 트렌드에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론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간신히 버티다가 업주만 바뀌는 악순환이 거듭될 것이다. 단기 자금 지원보다는 경영기법, 마케팅, 업종관련 기술에 집중하는 것이 경쟁력을 키우는데 훨씬 중요하다. 아울러 장기적인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데이터를 활용한 방법론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꼭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기업지원과 바우처 등을 통해서도 방법은 충분히 있다. 소상공인들이 필요한 정보를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고, 자신들의 업체에서 데이터를 수집·관리·분석·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경쟁력 확보에 더 도움이 된다. 이런 근본적인 지원이 새로운 경영환경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