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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수당 부당수령 근절책 국세청에서 배워라

최훈길 기자I 2019.10.18 06:00:00

사전·사후 감독 시스템 도입
2만명 직원들 일벌백계 인식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2일 청와대 본관에서 김현준 국세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뉴시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국세청은 지난해 초과근무수당 부당수령 인원이 0명이다. 앞서 국세청 직원들은 2014~2017년 4년 연속으로 초과근무수당을 불법으로 챙기다 덜미를 잡혔다. 지방 세무서 등 조직 곳곳에서 부당수령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국세청은 직원 수가 2만명이 넘는데다 곳곳에 파견 직원을 두고 있는 탓에 인사관리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참조 10월15일자 <[단독]“야근수당은 눈먼 돈”..정부부처 10곳 중 6곳서 불법수령>)

불가능해 보였던 부당수령 근절은 수뇌부의 결단과 강력한 의지 덕이었다. 한승희 국세청장 재임때부터 국세청은 전국 세무서의 초과근무수당 부당수령 여부를 매월 점검했다. 세무서 차원에서 지문인식 시스템에 기록된 출퇴근 내역과 초과근무수당 신청 내역을 비교 점검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지방국세청이 2차 점검을 하고 본청에서 3차 재점검을 했다.

국세청은 수당 부당수령 행위가 적발되면 당사자에 대해서는 초과근무수당의 3배를 환수하고 징계 처분을 내렸다. 부당수령자에게는 전보 등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승진 대상에서 제외했다. 특히 김현준 현 국세청장은 부당수령자뿐 아니라 초과근무를 승인한 관리자까지 성과상여금을 깎는 페널티를 부과해 관리·감독을 강화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엄격하고 꼼꼼하게 사전·사후조치를 수시로 하자 ‘걸리면 끝장’이란 인식이 직원들 사이에 자리 잡으면서 부당수령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국세청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수당 부당수령이 반복되는 것은 부처와 기관의 장이 이를 근절할 의지가 없어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경찰청, 농림축산식품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적발됐다. 적발돼도 징계 없이 부당 지급한 수당만 회수하는 곳이 태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다”고 약속했다. 초과근무수당 부당수령은 국민의 세금을 도둑질하는 공직사회의 잘못된 폐단이다. 부당수령 상습 적발 부처들은 “지방 인원이 많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부당수령 액수가 얼마 안 된다”, “징계까지 갈 만한 큰 일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더이상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았으면 한다.

28개 중앙부처, 907명이 2014~2018년에 초과근무수당을 부당수령했다. 단위=명. [출처=인사혁신처,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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