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의 특허Talk]中로욜의 진격..세계 최초 폴더블폰은 시작에 불과?

김종호 기자I 2019.04.13 06:45:00

세계 최초 폴더블폰 출시 로욜..혁신 아이디어 제품 지속 선보여
VR기기부터 스마트워치,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특허 출원 활발
지난해 에어버스와 항공기용 디스플레이 공급 계약 체결도
결과물 두고는 평가 엇갈려.."전시용에 불과한 제품" 논란 일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정보통신) 전시회 ‘CES 2019’에서 중국 스타트업인 로욜(Royole)이 공개한 세계 최초 폴더블폰 ‘플렉스파이(Flexpai)’ (사진=김종호 기자)


특허는 과거도, 현재도 아닌 미래입니다. 글로벌 특허 전쟁 속 기업들이 경쟁하듯 내놓은 특허를 들여다보면 이들이 그리는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의 깊은 고민과 전략부터 목표까지도 엿볼 수 있죠. 물론 모든 특허가 세상의 빛을 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나의 특허를 통해 작은 기업부터 커다란 시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가볍게 지나치기는 너무 아쉽지 않을까요? <편집자 주>


[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세계 최초로 폴더블(Foldable·접을 수 있는)폰을 선보인 회사는 어디일까요? 삼성전자(005930)도 애플도 화웨이도 아닌 바로 중국의 디스플레이 전문 스타트업 ‘로욜(Royole)’입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Galaxy Fold)’보다도 이른 지난해 10월 ‘플렉스파이(Flex Pai)’를 세상에 공개하면서 세계 최초 폴더블폰 타이틀을 가져갔죠.

플렉스파이는 7.8인치 화면을 아웃폴딩 방식으로 접는 폴더블폰입니다. 화면을 접으면 앞면과 뒷면, 접힌 부분 등 세 개의 서로 다른 화면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메모리와 저장용량 등에 따라 147만~212만5000원으로 일반 스마트폰보다는 다소 높습니다.

세계 최초 폴더블폰을 출시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진 로욜의 최근 행보는 단순히 중국 기업이라고 우습게 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죠.

로욜은 2012년 미국 스탠퍼드대 출신 중국 연구원 3명이 모여 설립한 회사입니다. 2014년 세계 최초로 0.01mm의 초박형 플렉시블(Flexible)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기도 한 이 분야 선도 기업 중 한 곳입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6년 만에 전 세계에 2000여명을 고용한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폴더블폰 이외에도 자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및 센서 기술을 적용한 소형 로봇과 롤러블(Rollable·두루마리형) 키보드, 웨어러블 기기,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혁신 기기를 두루 선보이고 있죠.

로욜은 특허 시장에서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무섭게 쏟아내고 있습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로부터 최근 로욜이 승인받은 특허는 VR 기기부터 스마트워치, 디스플레이가 부착된 의류, 스마트 가방과 신발까지 정말로 다양합니다. 특히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앞세워 이를 적용한 여러 제품을 개발 중인 것을 알 수 있죠.

앞서 로욜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인정받아 에어버스의 첫 아시아 혁신센터인 ACIC(Airbus China Innovation Centre)와 항공기용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또 항공기용 디스플레이 이외에도 차량용 디스플레이도 발 빠르게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관련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034220)의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로욜의 과감한 행보와는 달리 결과물을 두고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실제 일각에서는 로욜의 폴더블폰인 플렉스파이를 놓고 “전시용에 불과한 제품”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야심차게 세계 최초 폴더블폰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대량 생산에는 이르지 못해 현재 중국 내에서만 소량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로욜이 진지하게 플렉스파이의 대량 생산을 고려하고 있는가를 두고 중국 내에서도 논란이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기본적으로 고사양(하이엔드·high-end) 제품으로 대량 생산 가능여부가 관건인데, 로욜의 경우에는 대량 생산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대량 생산 여부를 떠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접히지 않는 디스플레이부터 화면을 접을 경우 두 배 이상 두꺼워지는 등 여러 단점에 대한 지적도 꾸준히 나옵니다.

로욜이 국제 전시회에서 선보이고 있는 일부 제품을 두고도 완성도에 대한 혹평이 쏟아집니다. 특히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덧씌운 모자와 티셔츠 등은 엉성하기 짝이 없어 국내 대학교 발명 동아리에서나 나올법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듣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욜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은 날로 치솟고 있습니다. 멈추지 않고 혁신적인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죠.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9’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한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19’에서 로욜은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떠올랐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이 도전정신으로 성장해 글로벌 대형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한 부분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네요.

중국 디스플레이 전문 스타트업 로욜(Royole)이 최근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로부터 승인받은 스마트 워치 관련 특허 (이미지=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중국 디스플레이 전문 스타트업 로욜(Royole)이 최근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로부터 승인받은 폴더블 기기 관련 특허 (이미지=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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