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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인도네시아에는 ‘루꾼’(Rukun)과 ‘판차실라’(Pancasila)가 있어요. ‘화합’과 ‘다양성 속의 통일’이라는 국가이념이자 문화적 정서인데, 한국의 ‘빨리빨리’와는 크게 대비되죠.”
지난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난 현지 금융권 안팎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입을 모았다. 몇몇은 처음 인도네시아에 근무하러 나왔을 때 이러한 정서를 이해하지 못해 혼쭐이 났다는 소소한 경험담도 늘어놨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오래 머물고 있는 한국 금융인으로 꼽히는 임철진 OK뱅크인도네시아 은행장(전 우리소다라은행 전무)은 “인도네이사아는 1만개가 넘는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수백 개의 민족과 문화가 합쳐져 탄생한 나라인데다가 17세기 초부터 약 340년 동안이라는 오랜 기간 네덜란드 등의 식민 지배를 받기도 했다”며 “그래서 이 나라 국민들은 ‘인내’와 ‘통합’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익숙하다”고 설명했다.
임 행장은 이어 “이런 정서가 직업관에도 잘 배어 있어 민간기업 뿐만 아니라 관공서에서도 일처리가 굉장히 꼼꼼하고 여러가지를 따져본다”며 “현지에 진출한 많은 국내 금융인들은 한국 방식에 익숙하다 보니 인니 금융감독청(OJK)에서 요구하는 것도 많고 인·허가까지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린다는 점을 애로점으로 호소한다”고 전했다.
주 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관 김영상 국세관은 “인도네시아에서는 금융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느긋한 프로세스와 융·통합을 추구하는 방식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며 “현지에 진출한 기업인들이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애로점을 대사관에서 충분히 수렴하고 소통하면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조영 공사는 “최근 정부의 신(新)남방 정책 표방과 이에 따른 활발한 금융 진출을 통해 ‘3P’ 중 ‘번영(Prosperity)’ 부분은 많은 논의와 교류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평화(Peace)’와 ‘사람(People)’에 대해서는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자국 중심주의와 오만함은 내려놓고 인도네시아만의 정서와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상대방을 동일선 상의 파트너로서 존중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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