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한국 바이오 심장을 찾다]생태계 완벽 구축 '판교'에 기업이 몰린다

강경훈 기자I 2019.02.12 06:00:00

강남서 20분이면 도착, 170여개 사 둥지
벤처부터 대기업까지 아이디어 교류 활발
터는 정부가 닦았지만 속은 민간이 채워

판교테크노밸리 항공사진. 판교는 바이오산업 성장을 위한 생태계가 완벽하게 구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사진=판교테크노밸리 제공)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서울 수서역에서 20여분 정도 대왕판교로를 달리면 가장 왼쪽에 온 벽이 유리로 된 세 동짜리 건물을 볼 수 있다. 판교 생명과학기술(BT)의 요람인 코리아바이오파크다.

이 곳에는 한국바이오협회를 비롯해 제약·바이오 업체 26곳이 본사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판교에는 이들 업체 외에 170여개의 생명과학기술(BT) 제약·바이오 업체가 자리잡고 있다. 판교 입주 기업 1200여 곳 중 정보기술(IT), 문화산업기술(CT)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치.

전문가들은 판교가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추 단지로 자리잡을 수 있던 배경으로 풍성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첫 번으로 꼽는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생태계가 제대로 구성된 가장 큰 이유는 부지개발이라는 하드웨어는 정부가 맡았지만 그 속을 채우는 소프트웨어는 민간이 주도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판교테크노밸리는 경기도가 2005년부터 IT, CT, BT, NT(나노기술)이 어울어지는 융복합 클러스터로 기획, 개발이 이루어졌다. 이 부회장은 “단지 조성은 정부가 했지만 그 속을 채우는 것은 민간의 몫이었다”고 말했다. 판교테크노밸리 계획이 결정되자 한국바이오협회는 바이오벤처들이 공간과 비용 걱정 없이 연구에 집중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코리아바이오파크를 제안했다. 이 부회장은 “향남제약단지, 광교 경기바이오산업진흥원과 어우러져 3각벨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바이오벤처들을 모아 놓을 곳이 필요했다”며 “이후 업계 선두권 기업들이 판교 이전을 결정하면서 벤처와 대형 기업간 활발한 네트워크와 시너지가 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제넥신(095700), 오스코텍(039200) 등 바이오파크에서 벤처로 시작해 상장에 성공한 기업들이 생겨나면서 이를 본보기 삼아 새로운 벤처들이 탄생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SK케미칼(285130)은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있던 본사와 수원 R&D 센터를 2010년 판교에 합쳤다. 회사 관계자는 “연구소를 판교로 이전하기로 결정하면서 본사도 멀지 않은 거리였기 때문에 아예 합쳤다”며 “판교의 가장 큰 장점은 많은 바이오기업 연구소들이 모여 있어 근거리에서 교류가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도 2016년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있던 생명과학연구원을 판교로 이전했다. 삼양은 서울, 인천, 대전 등지에 흩어져 있던 식품, 의약바이오 관련 R&D 조직을 판교에 세운 삼양디스커버리센터에 통합시켰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국내 연구시설인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자체 연구시설, 인력뿐 아니라 연구소 내에 유망한 국내 바이오벤처를 심사해 입주시켜 연구비, 시설,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판교식 생태계가 미국과 유럽 선진국이 추진하는 ‘바이오 클러스터’와 부합한다고 강조한다. 클러스터는 기업과 연구소, 의료기관 등이 한데 모여 있는 형태인데, 대표적인 곳이 샌프란시스코·보스턴·샌디에고(이상 미국), 베를린(독일), 더블린(아일랜드), 바이오폴리스(싱가포르) 등이다. 판교에 자리잡은 한 바이오벤처 창업자는 “우수한 인적자원과 서로 모여 경쟁하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며 “서로 다른 회사에 다니다가 의기투합해 판교에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는 일도 잦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판교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다. 서울에서 불과 20~30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판교에서 미팅을 해도 거부감이 없다. 올해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한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벤처캐피탈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을 기준으로 강북으로 이동하는 시간보다 짧아 수시로 이들을 만날 수 있다”며 “바이오벤처에 꼭 필요한 연구인력 수급도 다른 지역의 바이오클러스터보다 쉽다”고 말했다.

판교테크노밸리는 제2, 제3 테크노밸리로 지속 확장 중이다. 올해 준공 예정인 제2테크노밸리에는 차바이오텍, CJ헬스케어, 비씨월드제약, 파마리서치프로덕트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투자금과 인력과 기업이 판교에 몰리면서 판교테크노밸리 인근 주거지역인 판교신도시의 주택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판교신도시는 신분당선으로 서울과 연결되고 다양한 도로망을 갖추고 있으며, 인근 판교테크노밸리에 출퇴근이 용이하다는 강점이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판교신도시 평당 아파트 매매가는 △2014년 2213만원 △2015년 2339만원 △2016년 2440만원 △2017년 2717만원 △2018년 3267만원으로 증가 추세에 있고, 이달 1일 기준 3294만원을 형성하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팀장은 “판교신도시는 신도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며 “바이오 등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근로자들의 배후 주거지로 기능을 하고 앞으로도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