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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을 들여다보는 거울'...내시경의 끝없는 진화

류성 기자I 2019.02.05 09:26:23

기원전 4세기 말타다 치질걸린 사람 치료에서 유래
1950년 올림푸스 카메라로 위촬영 내시경 최초개발
1960년대 처치구 등장, 검사,수술 동시가능해져

[이데일리 류성 기자] 건강검진을 받는 직장인들이 가장 꺼려하는 검사를 꼽으라면 내시경(內視鏡)검사를 첫손에 들곤한다. 내시경이라는 이물질이 몸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시경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이다. 내시경은 어느 의료기기보다 뛰어난 활약으로 수많은 인류의 생명을 구하느데 혁혁한 성과를 내고있어서다.실제 국내 발병률 1, 2위를 다투는 위암과 대장암의 경우 내시경을 통해 조기 발견하게 되면 5년이상 생존율이 95%를 웃돌 정도로 성과가 좋다.

‘속을 들여다보는 거울.’ 내시경의 원래 이름이다. 국내에는 1968년 위장간 내시경이 처음 도입돼 진단에 쓰이기 시작한게 유래다.이후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가며 끝없는 진화를 거듭한 결과 지금은 조기암의 경우 개복수술을 하지 않고 내시경만으로 병변을 잘라내는 것도 가능해졌다.

내시경의 역사는 기원전 4세기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간다. 이때는 주로 말을 타고 이동을 했기 때문에 치질을 앓는 사람이 상당했다. 이 치질 치료를 위해 항문 내부를 관찰하고 불로 지져 치료하던 것이 내시경 검사 및 치료의 시발점이다.

근대적 내시경은 1805년 독일 의사 필립 보치니(Philipp Bozzini)가 ‘빛으로 보는 기계’라는 뜻의 도광기(light conductor)를 만들어 금속관을 요도와 직장, 목에 넣고 램프의 빛으로 관찰한 것에서 시작됐다. 1853년에는 프랑스 의사 데소르모가 램프로 불을 밝히고 관찰할 수 있는 내시경을 제작했다. 이 당시 안을 보는 거울이라는 뜻의 ‘Endoscope(내시경)’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체외에서 가까운 직장 안쪽, 목 안쪽 정도까지밖에 볼 수 없었다.

내시경이 지금과 같이 의료현장에서 널리 쓰이게 된 것은 1950년 올림푸스가 작은 필름 카메라를 비닐 호스끝에 달고 인체에 넣어 위장 사진을 찍는 것에 성공하고 나서부터다.

1950년에 올림푸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위 카메라 내시경 올림푸스 제공
이 ‘위 카메라’ 개발은 위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방법을 고민하던 도쿄의 한 젊은 의사 우지 다쓰로와 올림푸스의 카메라 기술자 스기우라 무쓰오가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눈게 동기였다.이들은 검사 중 환자가 다치지 않는 안전한 위 카메라를 만들기 위해 먼저 날카롭고 딱딱한 금속관 대신 염화비닐 호스를 사용했다.

아울러 크기 자체도 대폭 줄였다.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2.5mm 초소형 카메라 렌즈와 5mm보다 작은 전구를 개발했다.1949년 말,개에게 첫 시제품 실험을 한 후 1950년 9월 인간의 위를 카메라로 촬영하는 실험이 세계최초로 성공했다.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끈 위 카메라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몸속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다시 꺼내 필름을 현상해서 관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뱃속을 실시간으로 볼 수가 없었다. 의사들은 검사하면서 실시간으로 위장을 살피고 싶어 했다. 이에 올림푸스는 1964년, 구부러져도 빛을 전달할 수 있는 유리 섬유를 이용한 ‘파이버 스코프(fiber scope) 내시경’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내시경은 렌즈가 달린 한쪽 끝을 환자 몸속에 넣고, 바깥에 나와 있는 다른 한쪽 끝에 의사가 눈을 대고 관찰하는 방식이었으므로 직접 검사를 하는 한 명의 의사밖에는 볼 수 없는 구조였다.

이후 ‘비디오 스코프(video scope) 내시경’이 만들어지면서 렌즈가 비추는 환자 몸속의 모습을 TV 화면에 띄워 여러 의료진이 함께 관찰할 수 있게 되었고 진단의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지금은 영상기술의 발전 덕분에 4K 화질의 내시경까지 나왔다.

1960년대 ‘처치구’의 등장 또한 내시경의 역할이 확대되는 중요한 기점이 되었다. 시초는 체내에 들어가는 관(스코프) 속으로 작은 겸자를 넣어 조직을 채취해 꺼낸 뒤 현미경으로 관찰한 생검 시술이었다. 이어서 용종을 떼어내는 올가미, 정맥류를 묶는 링, 출혈부를 지혈시키는 클립 등 다양한 형태와 용도의 처치구가 개발되었다.

처치구를 이용한 새로운 수술법이 나오면서 내시경은 진단과 동시에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대표적 예가 내시경점막하박리술(ESD)이다. ESD는 위나 대장에 내시경과 처치구를 넣고, 병변 주위 점막 아래에 식염수를 주입해 부풀린 다음 잘라내는 수술법. 과거에는 암이 발견돼 절제하려면 개복수술을 해야했지만 이제 조기암은 ESD만으로 치료가 가능해 통증이 작고 회복기간이 짧아 환자 삶의 질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다.

세계 소화기 내시경 시장의 70%를 석권하고 있는 올림푸스한국 관계자는 “내시경은 병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고자 했던 의료진의 바람과 첨단기술이 만나 발전돼왔다”며 “앞으로도 환자의 몸에 부담을 덜주는 방향으로 내시경 기술은 끝없이 진화해나갈 것이다”고 전망했다.

ESD 시술 장면(좌)과 병변 절제에 쓰이는 처치구 ‘IT 나이프’(우) 올림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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