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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제과가 44년 만에 야심차게 내놓은 맛동산 신제품 ‘맛동산 흑당쇼콜라’ 이야기다.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입맛에 맞춰 5~6개월마다 유행하는 맛을 신제품으로 내놓는 것에 비춰 매우 이례적이다.
한 세대를 훨씬 넘어 선보인 ‘2세대 맛동산’ 흑당쇼콜라는 모든 세대가 선호하는 본래 맛은 유지하면서도 빛깔이 검어졌다. ‘흑당’은 백당보다 정제가 덜 된 당으로 단맛이 덜하고 미네랄 등이 함유됐다. 흑당이 들어간 수정과나 약과, 약밥 등이 어두운 색을 띠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기에 반죽 단계에서 카카오를 갈아 넣어 과자 속까지 까맣다.
‘쇼콜라’는 초콜릿을 뜻하는 불어다. 초콜릿 재료인 카카오를 스낵 과자에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땅콩에 참깨가 더해진 고소함도 한결 진해졌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게 ‘맛동산’의 정체성인데 이를 충족하는 새로운 맛을 찾는 게 가장 어려웠다”며 “다행히 이번 제품은 사전 소비자 조사에서 고르게 좋은 평가를 받아 제품 출시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해 ‘맛동산’ 연간 매출은 478억원(AC 닐슨 기준)으로 전체 스낵 제품 중 6위에 해당한다. 평균 13개의 맛을 보유한 상위권 제품에 비해 한 가지 맛으로만 일군 매출이다. 허니버터칩 열풍이 일었던 2015년에 9위로 밀렸지만 2016년 6위를 탈환한 후 순위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맛동산에 들어간 땅콩만해도 1975년 출시 후 지금까지 누적으로 총 1만8270톤(t)에 달한다. 트럭으로 1827대의 양이며 연간 국내 땅콩 생산량(1만2000t)의 1.5배다. 국내 땅콩 소비량은 연간 4만5000t, 수입량은 3만3000t이다.
맛동산의 인기 비결은 전 세대에 걸친 고른 소비층에 있다. 어릴 적 즐기던 추억의 과자이자 젊은 세대에게는 야유회나 생일 등 행사 때 빠지지 않는 과자다. 대다수 과자가 특정 계층에 매출이 몰리는 것과 달리 ‘맛동산’ 구매 비중은 1020세대와 3040세대에서 엇비슷하다.
상위권 브랜드의 경우 인지도와 충성도가 높아 ‘맛 확장=매출확대’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해태제과 자체 분석결과 1~5위권 스낵 제품의 경우 연간 평균 매출은 705억 원이다. 최다는 지금까지 35개의 익스텐션(기존 제품에 맛과 중량 등의 변화를 준 제품) 제품을 출시 했으며 최소인 경우도 4개다.
맛동산의 연 매출 500억원은 미완(未完)이다. 맛의 확장이 소비층의 폭이 넓다는 강점과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맛의 유행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지만 전통과자에 가까운 맛동산 맛을 지키면서 시대 변화도 반영해 무난한 시장 안착과 롱런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