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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신선A/S센터 도입 한달…"반품 늘었지만 단골 더 늘어"

송주오 기자I 2018.04.17 06:00:00

농산품 위주로 신선식품 반품률 증가
딸기, 짓눌려 반품…아보카도는 섭취 시기 놓쳐
無조건 반품으로 담당직원 업무 부담 낮춰…서비스 질 개선 이어져
신선식품 담당 바이어 품질 관리 강화 측면도 긍정적

홈플러스가 신선A/S센터를 도입한 후 반품률이 증가했다. 홈플러스는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오히려 고객 서비스의 질이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사진=홈플러스)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한 입 베어 문 오렌지까지 교환해줘서 놀랐다. 앞으로는 홈플러스를 자주 이용할 것 같다.”

서울에서 3살 된 딸을 키우는 김모씨는 최근 홈플러스에서 오렌지를 구매한 후 강한 신맛에 당황했다. 먹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신맛이 강해 김씨는 결국 반품을 결정했다. 김씨는 ‘이게 반품이 될까’라며 걱정했지만 홈플러스에 도착해 반품을 신청하자 직원들은 영수증을 확인한 후 다른 오렌지로 교환해줬다.

◇신선A/S센터 도입 후 반품률 20% 증가

홈플러스는 지난달 ‘1%만 마음에 안 들어도 100% 교환·환불을 받을 수 있는 곳’을 기치로 국내 최초로 신선A/S센터를 도입했다. 신선A/S센터는 채소, 우유, 달걀, 요구르트, 김치, 어묵, 햄, 생선, 빵 등 3000여개 신선식품의 반품 업무를 전담 처리하는 곳이다. 상품의 변질뿐만 아니라 단순 변심, 맛, 식감 등 어떤 부분이라도 고객이 품질에 만족하지 않으면 반품을 받아주는 게 특징이다.

신선A/S센터는 휴대폰, TV 등 가전제품과 달리 재사용이 불가능한 식품을 아무런 조건 없이 반품을 받아주는 정책으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또 폐기처리 비용까지 홈플러스에서 떠맡는 구조여서 재무적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렀다. 우려했던 반품 급증은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서비스의 질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달 신선식품의 반품 요청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5% 늘었다.

반품을 가장 많이 요청한 상품군은 농산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딸기의 경우 쇼핑을 끝내고 귀가하는 도중 다른 제품에 짓눌려 반품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았다. 아보카도는 섭취시기를 놓쳐 반품하는 경우가 주를 이뤘다. 아보카도는 통상 구매 후 3일 이내 혹은 겉껍질이 80% 이상 검게 변했을 때 섭취해야 한다. 아보카도를 제때 섭취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신선A/S센터를 찾았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담당직원 미소로 고객 대하고 신선식품 품질 관리 강화돼

반품률 증가에도 홈플러스는 우려하지 않고 있다. 증가율이 예상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판단해서다.

홈플러스는 2016년 3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약 8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30%가량이 신선식품에서 나왔다. 신선식품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구조로, 반품률 증가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1회당 10만원, 월 100만원 한도 이내라는 반품 조건도 증가율 제한에 영향을 끼쳤다. 홈플러스를 찾는 소비자가 획기적으로 늘어야 반품률도 급증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홈플러스는 반품 증가율보다 내부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담당 직원들의 서비스 태도가 개선됐다. ‘무(無)조건’ 반품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담당 직원들이 고객과 얼굴을 붉힐 일이 사라졌다.

센터 도입 전 반품을 진행하려면 보고를 위해 객관적 증거를 남겨야 했기 때문에 소비자와 다툼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담당 직원들이 고객의 막말 등으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등 정신질환을 앓기도 했다. 조건 없는 반품 기준이 되레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낮춰 서비스 태도 개선을 이끌었다는 후문이다.

신선식품의 품질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반품률이 높다는 건 품질 측면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담당 바이어의 업무 능력 평가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식품 담당 바이어들이 과거보다 더 꼼꼼하게 품질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신선A/S센터 도입 이후 반품 건수가 늘었으나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운 신선A/S센터가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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