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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면허없이 비개방 주차장에서 운전하면 무면허운전 처벌 안돼"

한정선 기자I 2018.01.15 06:00:00
[이데일리 한정선 기자]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라 운전면허도 받지 않는 자가 지하주차장에서 운전해도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운전면허도 없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운전을 해서 도로교통법 상 음주운전, 도로교통법 상 무면허운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양모(23)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2심은 술에 취한 채 아파트 지하주차장 약 50m 구간에서 운전한 양씨의 행위는 도로교통법상 무면허운전 등에 해당한다고 보고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등과 경합해 징역 8월을 선고했다.

도로교통법 제43조는 ‘누구든지 제80조에 따라 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운전면허를 받지 않거나 운전면허의 효력이 정지된 경우에는 자동차 등을 운전하여서는 안 된다’ 고 정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고 있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상 무면허운전이 성립하기 위해선 법에서 정한 도로 즉 ‘도로법에 따른 도로’, ‘유료도로법에 따른 도로’, ‘농어촌도로 정비법에 따른 농어촌도로’, ‘그 밖에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도로가 아닌 곳에서 운전면허 없이 운전한 경우에는 무면허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아파트 단지 내 지하주차장은 아파트 주민이나 그와 관련된 용건이 있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고 경비원 등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곳이라면 도로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피고인 양씨의 행위는 도로교통법에서 금지하는 무면허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중 도로교통법 상 무면허운전 부분은 파기해야 하는데 원심은 이 부분과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부분이 경합범 관계 등에 있다며 하나의 형을 선고했기 때문에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돼야 한다”고 밝혔다.

양씨는 지난해 5월 14일 오전 7시 강릉시 입암로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약 50m에 이르는 구간을 운전면허도 없이 혈중알콜농도 0.166%의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했다. 이어 양씨는 이날 오전 7시 38분 음주운전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강릉경찰서 남부지구대 소속 순경에게 음주측정을 요구받자 욕설을 하며 왼손으로 이 경찰관의 목 부위를 3회 때렸다. 여러 대의 차량을 손괴한 양씨는 그를 신고한 오모(53)씨의 멱살을 잡고 가슴과 우측 팔 부위를 각 1회씩 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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