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문화강국 독려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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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 기자I 2018.01.10 06:00:01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어떤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얼마 전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내 또래 중국인 여성을 만났다. 중국어와 영어를 동원해 겨우 대화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수줍게 웃으며 ‘저 한국어 좀 해요’란다. 처음엔 얼핏 조선족인가 싶을 정도로 발음도 부드러워 다시 물어봤더니 서울과 부산, 제주도를 합쳐 한국에 세 번 다녀온 게 다인 한족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는 몇 해 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보고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이제는 취미라고 말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한국어 실력을 구사하고 있었다.

사실 드라마를 보다가, 노래를 듣다가 그 나라로 관심을 옮기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어린 시절 H.O.T.가 중국에 진출한 걸 보고 북한이 아닌 한국이란 나라를 처음으로 알게 됐다고 하는 40대 여성도 있었고 웨이보(Weibo·중국 SNS)에서 한국 걸 그룹을 접했고 콘서트를 보러 서울까지 가본 적 있다는 20대 대학생도 봤다. 물론 사람인 이상 한국의 모든 면에 호감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한류 연예인이나 문화 콘텐츠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하고 한국어를 배우다 보니 보통은 긍정적으로 한국을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가 터졌을 때 한류 콘텐츠를 막았던 것을 보면 말이다. 뿐만아니라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는 한류의 영향을 의식한 듯 문화 산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며 중국 문화 붐을 일으키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공산당의 이데올로기를 홍보하는 ‘주선율’ 작품을 독려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최근엔 겉보기엔 오락물의 내용이지만 당 이데올로기를 넘어 중국 역사나 문화를 슬며시 홍보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전랑2’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이 영화는 특수 부대 출신의 남자 주인공이 아프리카에서 내전이 발생하자 현지의 중국인 피난민들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군인의 열정과 애국심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중국 배급관을 장악하며 8200억원의 수익을 올렸고 1억57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배우 성룡이 등장하는 ‘쿵푸 요가’ 역시 지난해 1월 개봉해 중국 내 흥행 8위에 오를 만큼 인기를 과시했다. 그런데 영화 곳곳에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홍보하고 있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도 한다. 성룡은 2013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으로 정치 활동도 하는 스타다.

중국의 우수함을 랩으로 노래하는 그룹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힙합 그룹 CD REV(톈푸쓰벤)는 2016년 차이나드림을 찬양하는 ‘디스 이즈 차이나(This is China)’를 내놓았다. 이 그룹은 사드 문제가 터진 지난해엔 한국을 비하하는 노래를 내놓기도 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특성의 랩’을 하고 있다고 이 그룹을 치켜세우기도 한다.

물론 대중문화에 창작자의 생각을 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국가가 이를 독려하고 비호하는 가운데 국가 홍보를 위해 대중문화를 육성하는 건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다. 특히 시진핑 2기가 출범하자마자 경제력을 중심으로 중화(中華)를 강조하는 움직임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밖에 없다. 중국 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나 노래가 해외에서 뜨뜻미지근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중국의 힘은 많은 인구와 그 인구에서 오는 다양성에 있다. 획일화된 홍보와 애국심을 넘어 올해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를 육성하는 중국의 모습이 보고 싶다. 문화는 ‘굴기’로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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