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T-50TH 비행대대장인 티라윳 카우사쿨(Teerayut Kausakul) 중령은 지난 달 우리 공군과의 인터뷰에서 국산 항공기 T-50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카우사쿨 중령 등 태국 공군 조종사 6명은 현재 우리 공군의 통합교육훈련대대에서 T-50 비행훈련을 받고 있다. 한국과 같이 F-16을 주력 전투기로 사용하고 있는 태국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T-50 훈련기를 4대 도입한데 이어 지난 7월 8대를 추가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T-50, 부품 32만개·배선길이 15km ‘정교한 항공기’
T-50 항공기는 비록 록히드마틴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긴 했지만 KAI와 정부가 10여년을 투자해 개발한 실질적인 국산 항공기다. 총 개발비 2조여 원 중 우리 정부가 70%, KAI가 17%, 록히드마틴이 13%를 부담했다. T-50은 부품이 32만개에 달하는 정교한 항공기다. 조종 기기를 전선으로 연결해 전기 신호로 제어하는 ‘플라이 바이 와이어’ 기술이 적용됐다. T-50의 내부배선의 총 길이는 15km나 된다. 특히 T-50은 훈련기로는 드물게 최고 속도가 마하 1.5에 달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 세계에서 12번째 초음속 항공기 개발국이 됐다.
|
하지만 KAI의 비리 의혹에 대한 사정당국의 집중 수사로 그 기술력까지 의심받고 있는 상황. 보츠와나와 아르헨티나 등과도 총 30여대 규모의 T-50 계열 수출을 위한 막바지 협상 중이었지만 계약 체결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특히 미국 차기 고등훈련기(APT) 사업 수주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악재가 터져 난감한 상황이다.
◇수주 가능성 높은 美훈련기 사업 ‘빨간불’
APT 사업은 미 공군의 노후훈련기 350대를 교체하는 프로젝트다. 사업비는 지상훈련장비와 후속지원까지 합할 경우 총 17조원에 이른다. 미 해군과 해병대 훈련기 500여대 교체 사업이 후속으로 예정돼 있어 총 사업 규모는 1000대, 50조원 규모까지 늘어날 수 있다. APT는 올해 연말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이르면 내달 미군 측 관계자들이 KAI 본사를 찾아 실사를 벌일 예정이다. 미국 내 파트너와 함께 참여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KAI는 록히드마틴과 손을 잡았다. 2개 컨소시엄이 사업을 포기함에 따라 사실상 KAI-록히드마틴 컨소시엄과 스웨덴 사브-미국 보잉 컨소시엄 간 경쟁이다.
사브-보잉 컨소시엄에 비해 T-50 개량형인 T-50A의 강점은 검증된 훈련기라는 점이다. 사브-보잉 컨소시엄은 이제 막 시제기를 만들어 시험비행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군 F-22와 F-35 등 최신예 전투기 개발사가 록히드마틴인 만큼 T-50A가 이들 조종사 양성에 최적화 된 훈련기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반해 사브-보잉 컨소시엄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미군 요구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동안 록히드마틴이 미 전투기 사업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만큼 미 정부가 이번 사업에선 보잉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KAI의 또 다른 대표 항공기인 한국형기동헬기 ‘수리온’도 원가 부풀리기 등 방산비리 의혹과 비행안전성 논란 등으로 해외 수출이 불투명해졌다. KAI는 그동안 인도네시아 및 터키 등과 수리온 수출 협상을 진행해왔다. 당초 KAI는 수리온 300여 대를 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