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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BNK금융회장…박재경 vs 김지완 '양강 구도'(종합)

권소현 기자I 2017.08.17 06:00:00

오늘 BNK, 차기 회장 추천
그룹 공신이냐 힘있는 외부인사냐
文정부 들어 첫 금융사 수장 인사
3명 출사표…낙하산 소문에 시끌

왼쪽부터 박재경 BNK금융지주 회장대행, 정민주 전 BNK금융연구소 대표, 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
[이데일리 권소현 전재욱 기자] BNK금융지주 회장 면접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누가 회장에 선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 정부 들어 민간 금융사 수장에 대한 첫 인선인 만큼, 결과에 따라 줄줄이 이어질 민간 금융사 인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BNK금융지주에 따르면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17일 오전 10시부터 박재경(55) BNK금융지주 회장대행과 정민주(62) 전 BNK금융연구소 대표, 김지완(71) 전 하나금융 부회장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다. 후보들의 경영 역량 등 전문성과 더불어 세평을 종합해 적격성을 따질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성세환 회장이 전날 사임을 표한 것을 고려해서 면접 당일 최종 후보 1명을 결정해 확정할 방침이다. BNK금융지주 이사회는 위원회의 의견을 받아서 내달 8일 열리는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임명한다.

◇양강구도 형성

금융권에서는 박재경 대행과 김지완 전 부회장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내부출신과 외부인사 간 대결이지만, 김 전 부회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출신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내정설이 돌자 이번 인선 결과로 민간 금융사에 대한 새 정부의 인사정책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더욱 결과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BNK금융지주 내부에서는 박 대행이 선출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임추위가 외부인사에 대한 노조의 극렬한 반대와 부산지역 야당 의원들의 경고까지 무시해가면서 무리를 하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박 대행은 지난 4월 성세환 회장이 구속되면서 BNK금융이 비상경영에 돌입한 후 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무리 없이 BNK금융지주를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대행의 최대 강점은 BNK금융그룹에만 30년 이상 몸담아와 그룹 전반의 현안과 사정을 훤히 꿰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1981년 부산은행에 입행해 여신기획 부부장, 전략기획부 인수합병(M&A) 총괄팀장, 전략기획부 부장 등을 거쳐 2011년 BS금융지주 전략기획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주에서 전략재무본부장까지 역임한 후 부산은행 부행장으로 이동해 지주와 은행을 넘나들며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경남은행 인수 등 주요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면서 오늘날의 BNK금융지주를 만드는데 상당한 공을 세웠다는 평이다.

때문에 성 회장 구속으로 흐트러진 조직을 재정비하고 회장 부재로 주춤한 글로벌사업과 디지털전략을 추진하기엔 박 대행이 적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능력보다 낙하산 논란으로 얼룩진 인선

반면 일각에서는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쇄신을 위해서는 외부인사가 필요하다는 논리도 있지만, 무엇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출신인데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캠프에서 일한 전력이 이유로 꼽힌다.

김 전 부회장의 리더십이나 업무능력에 대해서는 평가가 좋다. 1977년 부국증권에 입사해 증권가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1981년 이사로 승진하면서 35세 젊은 나이에 임원 타이틀을 달았다. 이후 상무, 전무를 거쳐 1998년 부국증권 사장에 올랐고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현대증권 사장,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하나대투증권 사장을 역임하면서 무려 14년간 사장만 했다. ‘증권가 최장수 사장’, ‘직업이 사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이다.

정통 증권맨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을 수 있지만 김한 JB금융지주 회장, 임용택 전북은행장 등 증권맨 출신 은행장이 무리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다 자산관리, 기업금융 등 증권 업무를 접목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김 전 부회장의 경험이 도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만 71세의 고령이라는 점도 평소 김 전 회장의 체력관리를 감안할 때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증권사 사장 시절 그는 매년 임원, 부서장과 함께 불암산 등반으로 시작해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까지 종주하는 ‘불수도북’ 행사로 유명했다. 매주 목요일 아침에는 본사 임원과 부서장과 아침 6시에 모여 여의도 공원을 두 바퀴 뛰었고 지방을 방문할 때면 아침에 꼭 지역본부 부지점장급 이상과 함께 조깅을 했다. 김 전 부회장과 일해 본 이들은 하나같이 체력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면서 혀를 내두를 정도다.

◇친노 인사까지 배경으로 거론

하지만 이같은 능력과 상관없이 김 전 부회장이 BNK금융지주 회장에 선출된다면 낙하산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김 전 부회장과 고 노무현 대통령은 1946년생 동갑내기지만, 노 전 대통령은 1966년 53회로 졸업해서 김 전 부회장(51회)보다 후배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이 부산상고 54회인 점도 학연으로 겹친다. 최근 BNK금융지주 내부에서는 특정 친노(親盧) 인사까지 배경으로 거론됐다. 노조 관계자가 해당 인사를 면담하려고 지난 14일 노무현재단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같은 배경이 오히려 김 전 부회장에겐 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회장에 임명되더라도 당분간 내부 갈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광일 부산은행노조 위원장은 “노조는 김 전 부회장의 임명을 막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며 “최악에는 상경투쟁 등 큰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만일 김 전 부회장이 회장에 선출된다면 앞으로 민간 금융사의 수장 인선에서도 정부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BNK금융지주 회장 선출이 일종의 시금석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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