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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서 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던 충청도. 그중에서 더 보수적인 충북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평은 나쁘지 않았다.
물론 문 후보의 유세 현장 부근이라는 점, 인터뷰를 거절하거나 답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상당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비문, 반문 정서’가 강했던 충청 지역에서도 변화는 일정부분 있는 듯 했다.
이는 지난 3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와 비슷하다. 갤럽이 지난 2일 조사한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문재인 후보는 38%로 안철수 후보(20%)와 홍준표 후보(16%)를 앞섰다. 특히 문 후보에 대한 지역별 지지율에서 대전/세종/충청이 46%로 광주전라(44%)를 앞서며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충청지역의 홍준표 후보 지지율은 전국 평균보다 2%포인트 높은 18%였고, 안철수 후보는 전국 평균과 동일했다.
한 달전 갤럽의 4월 첫째주 조사에선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38%로 동일했지만, 대전/세종/충청의 지지율은 39%에 머물렀다. 당시 안철수 후보(전국 35%)가 42%로 충청지역 1위를 기록했었다. 불과 한 달전에 비해 충청지역에서 문 후보 지지율은 7%포인트 높아진 반면 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22%포인트나 하락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 유세 현장 지지 잇따라…부동층 표심 어디로?
“충북 충주 젊음의 거리에 이만큼 사람이 몰린 것은 처음이다.”
주최측은 1만명으로 발표했지만, 대략 3000~4000명 남짓돼 보였다. 유세 2시간 전만해도 스무명가량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할 때 민주당 관계자는 상당히 많이 모인 것이라고 자평했다.
“안해유. 답 안해. 투표는 할 건데 누굴 찍을 지는 못정했어유.” 7일 오전 유세현장 인근에서 만난 30대 커플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오후 2시로 예정된 유세시간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고, 연설차량 앞쪽으로는 문 후보를 보기 위해 자리를 잡고 바닥에 앉았다.
유세 30분 전 현장에서 만난 30대 김모(39세)씨 부부는 “개혁적이고, 준비된 후보다. 기존 기득권의 적폐 청산을 확실히하고, 서민과 부자간 격차를 줄여줬으면 좋겠다”며 문재인 후보 지지의사를 드러냈다.
김씨 부부는 주변 분위기를 묻자 “충주가 농촌지역이라 보수적인데, 2040은 문재인 후보 지지가가 많다”며 “4살 아이가 자라는데 지장이 없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 여기 (저말고도) 아이들 데리고 많이 나왔는데, 다들 그런 맘일 것”이라고 했다.
무대와는 100m가량 떨어진 사거리에서 만난 김해경(54세.여)씨는 “든든하게 지켜줄 것 같아서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자영업자인데, 처음 이런데 나와봤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만큼 카드 수수료 인하 등을 꼭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50대는 반반이다. 문재인 후보 반, 홍준표 후보나 안철수 후보 지지가 반”이라고 했다.
멀찌감치 서서 팔짱을 끼고 유세현장을 살피던 50대 남성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투표는 할 예정”이라며 답을 꺼렸다.
재취업을 준비중이라는 이모(28세)씨는 “저는 (사전투표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지 않았지만, 주변사람들은 대부분 문 후보를 지지한다”며 “부모님도 문 후보를 지지해 저기(유세현장 한가운데) 계시다”고 했다.
초등학생 2명에 15개월 아이까지 셋을 둔 신선영(39세.여)씨는 “정권교체를 이끌 때 타당 세력으로부터 방어가 가능해 꾸준히 정책을 펼칠 것 같다”며 문 후보 지지이유를 밝혔다.
신씨는 “저희 세대는 예전부터 노무현 대통령이후 지지가 확고하지만, 어르신은 인물보다 정당을 중시하는 듯 해 자유한국당이 아직 더 많은 것 같다”며 “저희 엄마를 설득하긴 했는데, 민주당 싫다고 해 국민의당(안철수)으로 바뀐 분들도 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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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에서 만난 60대 이상 유권자들의 민심은 갈렸다. 민주주의 발전과 대북관계를 고려해 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가 있는 반면, 진실성이 없고, 거짓말을 해서 안 된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청주에서 문 후보를 보기위해 충주 현장을 찾은 조찬호(66세)씨는 “민주주의를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 후보는 문재인이다. 친북인 사람이 대통령돼야 전쟁이 안 일어나고, 김정은과 대화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지난번엔 (문재인을) 안 뽑았다. 산업화시대 (거친 우리 세대에는) 홍준표 (지지가) 많지만, 잘못 판단한 것이다”라며 “시대흐름이 바뀌어가고 있다. 싸워서는 안 되고 남북대화를 잘해 잘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세현장 인근 아파트에 사는 변언년(72세. 여)씨도 “문재인이 안철수나 다른 사람보다 순박하다. 홍준표는 지나 잘 될 것이지 남을 헐뜯고 그러냐”며 문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변씨는 “(대선 후보때문에) 아저씨(남편)이랑 싸운다. 아저씨는 안철수라는데 투표를 안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세현장 뒷편에서 만난 60대 초반 김모씨는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현장에 많이 왔는데, 저 사람들이 문재인을 다 찍을까? 당연히 안 찍는다”고 단언했다.
김 씨는 “우리 또래는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이 많은 정도가 아니다. 상당히 많다”며 “청년 취업 어려움을 얘기하면서 아들(문준용)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김 씨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 “잘못한 것은 인정해야 하지만, 탄핵하고 구속할 필요까지는 없었다”며 “역대 대통령 비리를 보면 수천억 해먹고, 이건 별 것도 아닌데 세상이 밝아져서 그렇다지만 좀 심하다”고 말했다.
과연 충청 민심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19대 대선에서 처음으로 광주·전남 유권자수를 앞선 충청(446만여명)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측은 충청지역에서 과반 득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