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톺아보기]정치테마株, 과거는 되풀이된다

박수익 기자I 2016.12.10 08:30:00

당국 테마주 대책 내놓았지만 근본적 해결은 안돼
조회공시 제도는 정치테마주 제어못하는 `사각지대`
해명공시 도입했으나 단 2곳만 공시…나머지는 구경만
정치인도 책임의식 가지고 테마주 연관없다 밝혀야
해당종목 주가 93% 올랐는데 1.5조원 매매 손실 발생
투자자 유의해야…언론도 무분별 테마부...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어제(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요, 최근 국정농단 사태의 틈새를 파고들며 주식시장에선 다시 정치테마주가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해서 중점적으로 얘기해보겠습니다.

◇당국 테마주 대책…사이버알럿 발동시 투자주의종목 자동지정

지난 6일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정치테마주 대책을 내놓았는데요. 언론보도에 일부 소개는 됐습니다만 어떤 내용인지 세부적으로 잘 안 알려져서 먼저 주요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사이버 알럿(Alert)을 적극 발동하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주식까페나 토론방·메신저 등에서 `이 종목이 어떻더라`하는 루머가 자주 거론되는 기업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그 루머의 진위여부를 묻는 제도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조회공시와는 다릅니다. 조회공시는 뒤에 다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만, ‘공시’이니까 언제 무엇을 묻고 어떻게 답하는지가 알려지는 것입니다.

반면 사이버알럿은 거래소가 내부 참고용으로 판단하기 위해 해당회사에 묻는 것입니다. 언제 무엇을 묻고 답했는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책에 보면 ‘사이버알럿이 발동될 경우 즉시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공표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일단 투자자들 입장에선 어떤 종목에서 사이버알럿이 발동됐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무엇을 묻고 답했는지는 몰라도 사이버알럿이 발동됐고 투자주의종목이 됐다는 것은 인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대단한 효과를 기대할 순 없지만, 투자자들이 인식할 수 있는 툴 하나가 생겼다는 점이 있습니다.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되면 뭐가 달라지나?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을 매매할 때 달라지는 건 전혀 없습니다. 투자주의는 말 그대로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입니다. 시장경보제도는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이렇게 단계가 올라가는데 투자주의는 앞으로 경고나 위험으로 갈 수도 있으니 참고하라는 수준입니다. 실제 투자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단계는 투자경고부터입니다. 이 단계부터 신용거래가 안 됩니다. 자신의 증권계좌에 100만원 있으면 100만원어치만 주식을 살 수 있습니다. 증거금률 100%란 얘기입니다. 대용증권 사용도 금지됩니다. 증권매매때 현금 대신에 위탁증거금 등으로 납입할 수 있는 유가증권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투자경고 다음은 투자위험종목입니다. 지정과 동시에 매매거래 1일간 정지되고, 추가로 급등하면 다시 매매정지시키는 단계입니다. 이런 흐름이 현재 시행중인 시장경보제도인데요. 이를 지정하는 요건이 있습니다. 이 요건을 정치테마주로 집중관리해야하는 종목에 대해선 더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정치테마주는 좀 더 빠르게 투자주의부터 경고·위험으로 가도록 당기겠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것도 근본 대책은 아닙니다만, 시장에 위험시그널을 지금보다 빨리 주겠다는 의미입니다.



◇정치테마주 소개하고 퍼 날라도 처벌받는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처벌받을 수 있지만 처벌의 근거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시세조종행위 이른바 작전세력을 처벌하는 규정은 계속 있었는데요. 2014년에 새로운 제도 하나가 더 도입됐습니다. 자본시장법 178조 2항에 `시장질서교란행위 금지` 조항입니다. 시장질서교란행위는 조직적인 작전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시 말해 시장이나 해당종목에 아주 큰 파장을 일으킬 정도가 아니더라도 허위사실을 확대 생산하거나 과도한 반복매매·상한가 대량 매수주문 등을 한 개인도 처벌하겠다는 조항으로 보시면 됩니다. 이 조항을 보면 `풍문유포나 거짓으로 계책을 꾸미는 등의 방법으로 타인이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하도록 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메신저 등을 통해서 여야 대선주자 특히 요즘엔 야당 쪽 대선주자들과 관련해서 출처 없는 내용들을 종종 받는데요. 이런 유포 행위도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입니다. 다만 사각지대는 있습니다. 어떤 종목의 사장·임원이 특정 대선후보와 고향사람이거나 친척 혹은 학교동문이라는 내용들이 정치테마주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데요. 만약 이 내용 자체는 사실이라면 그것만으론 거짓정보는 아닌 셈이 됩니다. 실제 기업의 실적이나 펀더멘탈과 관련 없더라도 말이죠. 그래서 이런 경우엔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모호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테마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들 스스로 밝히는 것입니다. 시장에서 돌고 있는 루머의 진위여부 그리고 기업실적과 펀더멘탈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이다 혹은 없을 것이다 하는 것을 밝혀야합니다. 그러나 기업들은 밝히지 않고 관전만 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테마주로 엮어있는 고려산업의 지난 10월 28일 조회공시 답변화면(자료: 금융감독원)


◇조회공시는 정치테마의 `사각지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조회공시는 거래소가 공시규정에 따라 해당기업에 답변을 요구하는 제도인데요. 형태는 크게 주가급변동 조회공시와 풍문보도 조회공시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 조회공시 제도는 정치테마주에게 있어서 사각지대입니다. 풍문보도 조회공시 요건에 정치테마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즉 어떤 기업이 특정 대선후보와 연관이 있다는 풍문이 있어도 조회공시를 통해 회사에 물을 수가 없는 게 현 규정입니다. 대신 해당 종목이 정치테마 관련 루머로 주가가 급변동하면 주가변동에 따른 조회공시를 요구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답변은 늘 `현저한 시황변동에 영향을 미칠 사항이 없다`는 식으로 돌아옵니다. 유명무실합니다. 조회공시 제도의 개편이 시급합니다. 정치테마주 근절하겠다면 조회공시 사각지대부터 손봐야합니다.

작년 7월 새로운 공시제도 하나가 더 도입됐습니다. 해명공시란 것입니다. 조회공시는 거래소가 먼저 물어보는 것이고, 해명공시는 거래소가 물어보기 전에 자발적으로 기업이 해명하라는 제도입니다. 풍문보도 조회공시 요건에 정치테마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드렸는데 해명공시는 조회공시보다 범위가 넓어서 사실상 모든 사안에 대해 해명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테마도 포함됩니다. 기업들이 정치테마주에 연루가 돼있다면 해명공시를 통해 ‘우리는 관계없다’고 스스로 밝히면 되는 것입니다.

2015년 7월 상장공시규정 개정으로 도입한 `해명공시` 화면(자료: 금융감독원)


◇해명공시 도입했지만 기업은 주가놀음만…정치인도 책임감 가져야

조회공시는 거래소가 물어보는 것이니 기업이 답변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해명공시는 기업들 스스로 해명하는 것이니까 필요하면 고해성사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고해성사를 하는 기업은 극히 드문 상황입니다. 작년 7월에 해명공시제도가 도입되고 9일가지 총 184건의 해명공시가 있었는데요. 거래소 공시팀에 문의한 결과 이 가운데 정치테마주 관련한 해명공시는 단 2개입니다. 100여개에 달하는 정치테마주 중에서 스스로 해명을 한 곳이 2곳이라는 겁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9월9일 보성파워텍(006910)입니다. 반기문 테마주로 엮여있던 곳이죠.반기호 부회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내용을 공시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스스로 한건 아니고 언론보도가 나오니까 그에 따른 사실관계를 밝힌 것입니다. 또 다른 사례는 지난 3월 28일 우성아이비(194610)입니다. 이른바 오세훈 테마주로 엮여있던 곳입니다. 이 회사는 당시 해명공시를 통해 “대선테마주와 당사는 연관관계가 없고, 한강르네상스(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밀던 정책이죠) 프로젝트사업 관련 수혜주로 떠도는 풍문은 당사가 하는 사업과 유사하나 사실무근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 회사는 이러한 해명공시를 내기 사흘 전 조회공시 답변에서는 ‘주가급변동에 미칠 사안이 없다’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다가 사흘 만에 다시 해명공시를 한 것입니다. 그나마 바람직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곳을 제외하면 그 수많은 정치테마주 중에서 스스로 관련 없다거나 사실 아니다거나 수혜주 아니라고 스스로 고백한 곳이 없습니다. 오히려 주가놀음을 즐기고 있는 것이죠. 기업뿐만 아니라 정치인들도 스스로 책임감을 가져야합니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테마주가 있다는것을 당연히 알고 있음에도 선을 긋지 않는다면 책임있는 정치인이라 할 수 없습니다. 테마주에 거론된 누구누구를 알지 못한다거나 설령 알아도 어떤 특혜도 없을 것이라고 얘기 해야합니다.

보성파워텍의 9월9일 해명공시 화면(자료: 금융감독원)


◇주가급등 해명없이 관전만 하다가 주식처분하는 대주주들

스스로 테마주와 관련없음을 밝히지 않고 주가상승을 지켜만 보다가 급등하면 처분하는 대주주들은 사업가 또는 상장회사의 임원으로서 그야말로 무책임한 모습입니다. 정치테마주가 가장 활개를 쳤던 2012년은 중요한 교훈들을 남기고 있습니다.

당시 총선과 대선이 한꺼번에 있었던 그해에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치테마주 131곳 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64곳의 대주주 202명이 주가급등을 틈타 6400억 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 대주주가 100억 원어치 이상을 매도한 곳도 17곳이나 됩니다. 또 이들은 조회공시 요구를 받자 ‘주가 급등사유가 없다’고 밝히고 자신들의 주식을 팔아치우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세월호 선장과도 같고 지금 국정농단하는 비선실세들과 다를 바 없는 것이죠.

우성아이비의 3월 28일 해명공시 화면(자료:금융감독원)


◇언론 책임도 커…정치테마주 본질은 경제적약탈행위


정치테마주가 활기를 띄는 배경엔 사실 저와 같은 기자들의 잘못도 큽니다. 기자들이 소위 특징주 기사를 쓰면서 무분별하게 테마주를 부각시켜왔던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언론도 정말 자제해야하고 기사 한줄 한 줄에 신중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생각해보셔야할 점은 정치테마주는 기본적으로 ‘부정부패’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어떤 종목과 유력 대선 주자들의 연결시키는 논리는 같은 학교·같은 고향에서 ‘옷깃 스친 인연’ 또는 ‘사돈의 팔촌’ 쯤 되는 혈연이 대부분입니다. 설령 스쳐간 옷깃 이상의 깊은 인연이거나 팔촌보다는 가까운 혈연이더라도 오히려 경계대상이어야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통상적인 산업정책과 기업 활동 범위를 벗어나는 지원행위는 비리와 특혜이기 때문입니다. 정치테마주의 본질은 바로 이러한 비리·특혜 연결고리를 ‘수혜’라는 오묘한 단어로 포장해 일반투자자를 유인하는 경제적 약탈행위이자 범법행위입니다.

◇2012년의 기억…테마株 평균 주가 93% 올랐는데 거래계좌에선 총 1.5조 손실

박근혜정부의 대표적 정치테마주라고 하면 박 대통령의 동생이 경영하는 EG(037370)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종목을 포함해서 31개 종목이 2012년에 주가작전세력이 개입됐다는 수사 결과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에서 주의 깊게 보고 있으니 머지않아 또다시 정치테마주 주가작전세력이 적발될 것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작전세력은 뒤늦게 적발이 되는데 비해 그에 앞서 테마주를 추종하는 투자자들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다시 2012년을 되짚어보면, 당시 금감원이 대표적 정치테마주 35개를 꼽아서 1년(2011년 6월1일~2012년 5월31일)간 실제 매매손실을 조사했는데요. 이 기간 테마주 35개의 주가는 평균 93%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이 종목들의 거래에 참여한 계좌는 약 195만개였는데 이들 계좌에선 총 1조5494억 원어치 손실 발생이 확인됐습니다.

또한 당시 새롭게 부상한 테마주 16개를 뽑아서 조사해봤습니다. 2012년 6월부터 9월까지 해당 종목은 평균 172% 급등한 반면 이 종목의 매매계좌 중 약 21만 계좌에서 손실이 발생했고, 총 손실규모가 670억원에 달했습니다. 특히 주식매매 과정의 손실 대부분(99.26%)이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로 파악됐습니다. 설령 정치테마주가 반짝 오를 순 있어도 언제 사고팔았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손실이 날 수 있음이 수치로 입증된 사례입니다. 추종매매는 손실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는 되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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