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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그룹 산하 코오롱글로벌은 1987년부터 BMW·롤스로이스를 판매해 오다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지난해 8월 참존모터스로부터 아우디 판권을 사들였다.
코오롱글로벌이 아우디 판매를 위해 설립한 코오롱아우토는 계약 직후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태(9월)가 터진 데 이어 지난달 말부터 판매 중단에 들어가며 극심한 어려움에 빠졌다. 코오롱아우토는 지난해 12월과 1월에 서울 송파전시장과 대치전시장·서비스센터를 열고 영업하고 있으나 전체 차종의 70% 가량이 판매중단됐다. 문 열자마자 ‘개점휴업’한 셈이다.
투입 자금도 만만찮다. 코오롱아우토의 최대주주(지분 99.2%)인 (주)코오롱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세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총 650억원을 코오롱아우토의 시설·운영자금으로 투입했다.
BMW를 판매하는 코오롱모터스도 올 들어 판매가 소폭 감소하고 있어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 올 1월 판권을 사들인 볼보차 판매가 XC90 등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지만 BMW·아우디와 비교하면 그 규모는 아직 10분의 1 수준이다.
효성 수입차 사업 부문은 상대적으로 에서 재미를 보고 있다. 손댄 브랜드마다 판매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딜러 더클래스효성으로 수입차 사업에 뛰어든 효성은 도요타(효성 도요타), 렉서스(더프리미엄 효성)부터 최근 페라리·마세라티 수입사 FMK까지 사들였다. 또 지난해 영업이익률도 수입차 딜러 중에서는 높은 약 2~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공교롭게도 판권을 가진 브랜드 모두 시장 감소세 속에서도 판매가 늘고 있다.
효성은 또 올 들어 광주·전남지역 벤츠 딜러 신성자동차 지분 42%를 사들여 1대 주주가 되며 벤츠 내 영향력 키우기에도 나섰다. 효성은 국내 벤츠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성차에 이은 국내 2대 벤츠 딜러다.
◇브랜드 위기 때마다 희비… “승자독식 메가딜러화 가속”
아우디·폭스바겐 판매중단 사태로 브랜드에 따른 딜러의 희비가 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폭스바겐 최대 딜러 클라쎄오토는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0.3%(매출 2860억원, 영업익 9억원)에 불과했으며 올해는 적자가 불가피하다. 이에 임대료가 높은 서울 압구정 매장을 정리하는 등 수익성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다른 딜러 아우토플라츠 역시 지난해 매출이 1758억원으로 전년보다 늘었으나 2년 연속 적자(약 2억원)를 기록했다.
폭스바겐의 올 상반기 판매는 1만2463대로 전년보다 33.1% 줄었다. 대부분 차종의 판매가 중단된 하반기 판매감소 폭은 이보다 훨씬 클 전망이다.
아우디를 판매하는 극동유화와 위본그룹은 중견 메가딜러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 극동유화가 아우디와 함께 판매하는 포드와 재규어·랜드로버가 상승세여서 아우디의 부진을 만회한다. 아우디만 판매해 오던 위본그룹도 최근 닛산·마세라티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번 사태가 승자가 독식하는 ‘메가 딜러’화를 가속화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수입차 판매사는 지금까지 한 딜러가 한 개, 많아야 두 개 브랜드를 취급해 왔다. 한 브랜드의 수입사가 3~15개의 딜러에 차를 공급하고 딜러가 고객에게 차를 파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번 아우디·폭스바겐 사태처럼 특정 브랜드에 위기가 닥칠 수 있기 때문에 이전처럼 한 브랜드에만 ‘올인’해서는 위기관리가 어렵다는 인식이 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개 이상 복수 브랜드를 판매하는 메가 딜러는 국내 수입차 딜러 120곳 중 13%인 16곳이다.
대표적인 메가 딜러인 말레이시아 화교 자본 레이싱홍 계열 수입차 딜러인 한성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벤츠 최대 딜러 한성차는 올 들어 BMW를 제치고 판매 1위에 올라서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 상황도 나쁘지 않다. KCC홀딩스나 천우 등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아우디·폭스바겐의 판매중단이라는 초유의 위기로 한 브랜드만으론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이 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양질의 브랜드 판권을 확보해 위험을 분산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메가 딜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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