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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10만 시대’ 유치보단 관리가 더 중요하다

신하영 기자I 2016.08.01 06:30:00

학생 감소·유학수지 적자 여전···‘유학생 확대’ 공감대
교육부 “2023년 국내 유학생 수 20만 명 유치” 목표
“유학생활 적응 못하면 역효과···유학생 관리 더 중요”

국내 체류 외국인 유학생이 10만명을 넘어섰다. 법무부 외국인 통계월보 2016년 6월호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가 10만명을 돌파했다. 2006년 3만 8649명에서 3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이에 고무된 정부는 2023년까지 유학생 20만명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치에 집착하는 유학생 정책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정부 유학생 20만명 유치 목표 제시

31일 법무부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 6월 기준 10만 1601명이다. 2006년 3만 8649명에 비해 2.7배 증가한 수치다.

정부는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7월 ‘유학생 유치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한국 유학에 대한 매력도를 높여 국내 유학생 20만명 시대를 열겠다는 게 골자다.

전문가들도 유학생 유치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국내 학생 수 감소문제를 해소하고 유학수지 개선을 위해서는 유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교 교수 연구팀이 전국 105개 대학 설문조사를 통해 지난해 9월 발표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의 경제적 효과 추정’ 논문에 따르면 2014년 유학생 9만 4891명을 통해 얻은 경제적 효과는 등록금 수입 등을 포함해 약 80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 유입보다는 해외로 떠나는 유학생이 많아 유학수지는 여전히 적자를 보고 있다. 2014년 현재 우리나라 유학수지 적자는 연간 4조 8000억원 규모다.

국내 학생 충원이 어려운 지방 사립대 등의 경우 유학생 인증제의 완화를 요구한다. 정부가 도입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인증제(유학생 인증제)’의 조건이 까다로워 유학생 유치에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교육부와 법무부가 2011년부터 실시한 ‘유학생 인증제’는 국내로 유입되는 유학생의 질 관리를 위해 도입됐다. 대학별로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의 △중도이탈률 △불법체류율 △다양성 △언어능력 등을 평가해 우수한 대학에는 ‘인증(유효기간 3년)’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반면 유학생 관리가 부실한 대학은 ‘비자 발급 제한 대학’으로 지정해 1년간 유학생 유치를 제한한다.

◇ 유학생 인증제 도입 후 성장세 주춤

인증제 도입 후 국내 유학생 수는 2011년 8만 9537명에서 2013년 8만 5923명, 2014년 8만 4891명으로 주춤했다. 대학들이 유학생 인증제에서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은 ‘유학생들의 국적 다양성’이다. 한 대학에 특정 국가의 국적을 가진 유학생이 95% 이상이면 비자발급제한 대학으로 지정될 수 있다. 또 4년제 대학 기준으로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 이상의 학생이 전체의 30% 이상은 돼야 한다는 조건에도 불만을 제기한다.

대전지역 사립대 관계자는 “공부하겠다고 우리나라를 찾는 유학생을 국적 때문에 제한하는 것은 정부의 유학생 확대정책과 상충 된다”며 “유학생들의 한국어능력도 어학교육과 학위과정을 병행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학생 질을 최소한으로 보장한 안전장치로 인증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유학생 불법체류율을 낮추려면 유치단계에서부터 학업의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원지역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 간 유학생 유치경쟁이 치열한데 인증제마저 없으면 유학생 불법체류율이 높아지는 등 사회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부도 2023년까지 유학생 2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내걸고 질적 성장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수치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 20만명 유치 목표 “수치에 집착 말아야”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은 “지금과 같은 세계적 불황이 지속된다면 유학생 20명 유치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유학생 한 명 한 명을 잘 가르치겠다는 자세로 질 관리에 힘 쓰다보면 한국에 대한 유학수요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귀식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교수도 “외국인 학생이 국내에서 유학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원하는 학점 등을 받지 못하면 ‘반(反)한파’가 돼 본국으로 돌아간다”며 “유학생을 몇 명 유치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국내 대학에 들어온 유학생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 알리미(www.academyinfo.go.kr)’에 따르면 2015년 외국인 유학생 5만 8864명 중 1985명이 중도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탈락률 10% 이상 대학은 명지대, 한국항공대 등 20곳이다. 부산가톨릭대의 경우 중도탈락률이 무려 33%에 달했다.

민 교수는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한국어를 배우기에도 벅차기 때문에 국내 학생과 똑같이 일률적으로 이수학점 기준을 제시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유학생에 한 해 학기당 수강학점을 15학점으로 제한한다든가 아니면 한국어수업을 듣는 만큼 이수학점을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 유학생활에 안착하도록 제도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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