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th SRE][감수평]변화의 수레바퀴

증권부 기자I 2014.05.13 07:00:00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19회 SRE는 최근 불어닥친 시장변화의 모습에 고무돼 활발하게 진행됐다. 시장의 관심사는 단연 근래 나타난 일련의 회사채 신용등급 강등에 쏠렸다. 신용평가사들이 그동안 밀렸던 숙제를 급하게 밀어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비(非)정상의 정상화 과정이라는 측면에 시장은 큰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이런 평가등급의 정상화 과정이 일회성으로 끝나게 될 것인지 아니면 신용평가 패러다임의 변혁을 알리는 시발점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가졌다.

신용등급의 유효성은 정확성과 적시성에 의해 결정된다. 최근 신용등급 강등은 적시성 측면에서는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없겠지만 정확성 면에서는 시장으로부터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미래의 수수료 수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위험성을 무릅쓰고 해당 회사의 상황을 정확히 시장에 알리겠다는 신용평가사의 용기에 시장은 더 큰 지지를 보낸 것이다.

물론 급격한 신용등급의 강등이 해당 회사의 구조조정과 경영정상화를 오히려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그러나 중병에 걸린 기업에 마취제를 줘 좀비상태로 만드는 것은 분명 득보다 실이 크다. 오히려 중병에 걸렸음을 과감히 인정하는 것이 앞으로의 생존방향을 모색함에 있어 더 바람직한 자세이다. 동양그룹사태로부터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동안 신용평가의 변방지대로 인식되었던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포괄적이지는 않더라도 시장의 평가와 판단이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관리와 감시에 활용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 줄 필요성이 있다.

우리의 시장은 계속해서 자라나고 끊임없이 질주하는 생물체와도 같다. 질주본능을 가진 시장은 때로는 뛰기도 하고, 걷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기어가기도 하겠지만 그 모멘텀은 꾸준하다. 시장이 움직일 때 그 구성원은 자기의 정상 위치에 있어야 한다.

그동안 신용평가사들은 시장의 움직임에 한걸음도 아니고 두걸음쯤 뒤처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현실적인 제약요소들을 감안할 때 아직 시장을 앞서가는 전령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이제는 시장의 흐름에 두걸음의 간격이 아니라 최소한 반걸음의 간격으로는 따라잡아 줘야한다. 신용평가사들의 발걸음이 점차 빨라지고 있음을 인정하지만, 조금만 더 페이스를 올려 주길 기대해 본다. 아울러 주변 이웃들(투자자, 규제당국, 언론 등)에게도 애정어린 관심과 지지의 손길을 당부한다.

◇SRE 감수 황세운 실장 약력

2007.8~2011.8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2011.9~2012.7 상명대학교 경영대학 금융경제학과 교수

2012.1~현재 금융투자협회 채권시장발전협의회 위원

2012.12~현재 울산항만공사 재무전문가 자문위원

2013.2~현재 금융투자협회 신용평가기관 평가위원회 위원

2013.2~현재 한국거래소 채권시장발전위원회 위원

2013.6~현재 기획재정부 거시재정자문회의 자문위원

2012.8~현재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19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19th SRE는 2014년 5월9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mi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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