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의 유효성은 정확성과 적시성에 의해 결정된다. 최근 신용등급 강등은 적시성 측면에서는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없겠지만 정확성 면에서는 시장으로부터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미래의 수수료 수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위험성을 무릅쓰고 해당 회사의 상황을 정확히 시장에 알리겠다는 신용평가사의 용기에 시장은 더 큰 지지를 보낸 것이다.
물론 급격한 신용등급의 강등이 해당 회사의 구조조정과 경영정상화를 오히려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그러나 중병에 걸린 기업에 마취제를 줘 좀비상태로 만드는 것은 분명 득보다 실이 크다. 오히려 중병에 걸렸음을 과감히 인정하는 것이 앞으로의 생존방향을 모색함에 있어 더 바람직한 자세이다. 동양그룹사태로부터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동안 신용평가의 변방지대로 인식되었던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포괄적이지는 않더라도 시장의 평가와 판단이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관리와 감시에 활용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 줄 필요성이 있다.
우리의 시장은 계속해서 자라나고 끊임없이 질주하는 생물체와도 같다. 질주본능을 가진 시장은 때로는 뛰기도 하고, 걷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기어가기도 하겠지만 그 모멘텀은 꾸준하다. 시장이 움직일 때 그 구성원은 자기의 정상 위치에 있어야 한다.
그동안 신용평가사들은 시장의 움직임에 한걸음도 아니고 두걸음쯤 뒤처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현실적인 제약요소들을 감안할 때 아직 시장을 앞서가는 전령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이제는 시장의 흐름에 두걸음의 간격이 아니라 최소한 반걸음의 간격으로는 따라잡아 줘야한다. 신용평가사들의 발걸음이 점차 빨라지고 있음을 인정하지만, 조금만 더 페이스를 올려 주길 기대해 본다. 아울러 주변 이웃들(투자자, 규제당국, 언론 등)에게도 애정어린 관심과 지지의 손길을 당부한다.
◇SRE 감수 황세운 실장 약력
2007.8~2011.8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2011.9~2012.7 상명대학교 경영대학 금융경제학과 교수
2012.1~현재 금융투자협회 채권시장발전협의회 위원
2012.12~현재 울산항만공사 재무전문가 자문위원
2013.2~현재 금융투자협회 신용평가기관 평가위원회 위원
2013.2~현재 한국거래소 채권시장발전위원회 위원
2013.6~현재 기획재정부 거시재정자문회의 자문위원
2012.8~현재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19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19th SRE는 2014년 5월9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mint@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