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부동산 기자와 현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집을 살 때 발품을 팔 듯 부동산 기자도 발품을 팔아야 한다.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정부 대책이 나온 뒤에도 기자가 부동산시장의 반응과 움직임을 살필 땐 가장 먼저 중개업소 관계자들을 찾는다.
지난 7일 서울 강북지역의 중개업소를 차례로 돌았을 때다. 최근 당·정이 취득세 영구 인하 조치를 대책 발표일로 소급하기로 결정한 것 자체가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지 않겠냐는 판단에서였다. 예상과 달리 시장 반응은 시큰둥했다.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 때문에 살아나는가 싶던 매수 분위기가 확 가라앉았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전언이었다. 한 공인중개사는 “시장을 살리는 방법은 정부가 더는 주택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된다”는 말까지 했다. 물론 주택 거래가 잘되지 않다 보니 기자에게 불평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극단적으로 한마디 내던진 것이긴 하지만 뒤집어 보면 그만큼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주택 정책이 오히려 시장의 발목을 잡는 현상이 숱하게 벌어지고 있다. 시행 시기를 놓고 논란이 빚어졌던 취득세 영구 감면 조치가 대표적이다. 물론 당·정이 소급하기로 하면서 이 문제가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시장에 미치는 후폭풍은 상당하다. 대책 발표일 이후 집을 산 사람들은 다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려겠지만 장기적으로 정부 정책에 불신을 품을 수밖에 없다.
사실 정부가 시행 시기를 내년으로 정한 판단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돈이 들어가는 문제인 만큼 정부로서는 충분히 고려할 수도 있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이미 시행 시기는 내년으로 선 그어놓고 소급 여부는 국회에서 결정하라는 건 사실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정부의 입장 자체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식이었다. 실천 의지도 없었으면서 대책만 남발한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설익은 대책을 남발해 시장 신뢰를 무너뜨린 지난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적어도 정책 믿고 집 샀다가 손해봤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책 리스크가 시장 회복을 막는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