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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재판, 증거 신청된 '녹취록'에 쏠리는 눈

김현아 기자I 2013.06.30 10:26:24

불법송금 받은 김원홍 씨와 돈 보낸 김준홍 씨 전화통화 녹취록 증거 신청
김준홍 "최 회장 모르는구나"..녹취록 때문에 심리적 압박받아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지난 28일 열린 공판에서 최태원 회장 변호인이 3건의 녹취록을 증거로 신청해 항소심 막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녹취록은 ▲김원홍 씨(전 SK해운고문, 최 회장 형제 선물옵션투자관리인)와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 ▲김원홍 씨와 최 회장 ▲김원홍 씨와 최 회장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사이의 대화내용이 담긴 것이다. 김원홍 씨는 2008년 김준홍 전 대표로부터 SK(003600)계열사들이 베넥스 펀드에 투자하면서 선입금한 돈 중 450억 원을 불법송금 받은 사람으로, 이 사건의 핵심 증인이다.

최 회장 측은 이번 횡령 사건이 김원홍 씨와 김 전 대표 간 개인적인 돈거래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라는 입장이나, 재판부는 뒤늦게 증거 신청한 데 대한 강한 의구심을 보여 증거로 채택될지는 알 수 없다.

재판장은 “변호인들이 갑자기 증거를 내밀고 있는데 재판장이 진실을 밝히려니 막으려고 일부러 늦게 낸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증인 출석한 김 전 대표에게는 “이 사건 구조가 독특하다”며 “김준홍도 이 법정에서 어떤 거짓말을 할지 모른다. (녹취록이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증언해라. 진실만 말하면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준홍 “최 회장도 모르는구나 생각했다”..녹취록 때문에 진술 다시 번복?

김 전 대표의 증언은 지난번과 다소 달랐다. 지난 24일 그는 “2010년 세무조사를 받은 이후 김원홍 씨가 전화를 걸어와 ‘최 회장은 펀드 돈 중 일부가 송금된 사실을 모른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2008년 10월 최 회장을 만났을 때 최 회장과 김원홍 씨 사이에 펀드 결성을 통한 개인투자금 마련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생각했다고도 증언했다.

하지만 이날 김 전 대표는 “세무조사 당시 최 회장님이 450억 원 나가신 걸 모르시는구나 생각했다 ”고 증언했다. 그는 “김원홍 회장님에게 최 회장님이 (불법송금을) 모르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최 회장님에게 펀드를 그리 사용하면 어쩌느냐고 야단맞았다”고 부연했다.

녹취록의 존재를 알기 전에는 김원홍 씨의 말만 인용해 ‘최 회장은 몰랐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보였지만, 이날은 ‘본인도 모르시는구나 생각했다’고 분명히 밝힌 것이다.

재판장은 “지난 공판 때는 김원홍의 (최 회장은 불법송금 사실을 모른다는) 말을 듣고 당황했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안 들리는 것인가?”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변호인 “오해할까 봐 늦게 냈다”..7월 2일 증거여부 정해질 듯

최 회장 변호인은 재판부에 녹취록을 늦게 낸 데 대해 “죄송하다”면서 “오해할까 봐 그랬다”고 밝혔다. 어떤 오해인지는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가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녹취록의 존재는 김 전 대표에게 상당한 심리적인 압박을 준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 변호인은 “(김 전 대표가) 너무 많은 조사 객체(증인)가 돼 피고인으로서 유죄의 증거가 되거나 양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증인 신문 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재판장은 “스스로 거짓말 하는 게 아니면 문제 없지 않느냐”면서도 “이해되니 (검사나 최태원 회장 변호인, 재판장의) 질문 시 변호인이 다시 취지를 설명하는 정도는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녹취록의 증거채택 여부가 정해지는 다음 공판은 7월 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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