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500만원 이상 월세계약 174건
나인원한남 62평이 보증금 15억·월 2500만원
외국인뿐 아니라 국내 거주자 수요 늘어
"보유세 부담 커지며 사지 않고 거주만 원하는 추세"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전세사기 및 전세대출 규제 여파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초고액 월세계약도 늘어나는 추세다. 전체 월세거래 중에선 비중에서 현저하게 작긴 하지만 강남권 고급아파트를 중심으로 월세 수요가 늘며 매년 계약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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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토교통부가 제공하는 서울 아파트 월세 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월세 500만원 이상에 계약한 거래는 총 174건으로 집계됐다. 주로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소재 고급아파트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한남동 나인원한남에선 지난달 전용면적 206㎡에서 보증금 15억원에 월 2500만원으로 계약이 완료됐다. 성수동 트리마제의 경우 지난달 월세 1000만원(보증금 5억원)에 69㎡형 계약됐고 1월엔 월세 1100만원(보증금 3억원)의 같은 평형 계약이 성사됐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129㎡가 1월 월세 1050만원(보증금 3억 1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23만 8548건 중 500만원 이상 초고액 월세는 1404건으로 전체 월세 계약의 1.4%를 차지했다.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2020년 0.4% 비중에 비교하면 증가세를 보이는 것이다.
이를 두고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기존에는 대기업 및 외국계 기업 소속 외국인들이 주로 초고액 월세 계약을 진행했다면 그 추세가 바뀌고 있다”며 “최고급 아파트 거주를 원하는 국내 거주자들의 월세 수요가 늘고 있으며 월세 금액도 집값 상승에 따라 높아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매물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남동 고급빌라로 꼽히는 한남동 힐사이드의 경우 전용면적 228㎡가 월세 1200만원(보증금 7000만원)으로 상당수 매물이 올라와 있다. 나인원한남은 전용면적 248㎡에 대해 월세 1900만원(보증금 40억원) 호가로 매물이 나왔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전용면적 94㎡에 월세 600만~700만원(보증금 4억~5억원) 호가가 형성돼 있다.
 | 용산구 한남동 힐사이드아파트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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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희 신한투자증권 부동산팀 수석연구원은 “기존 유주택자들이 최고급 아파트 거주민들과의 네트워크 및 커뮤니티 시설 이용을 위해 이같은 아파트 거주를 원한다”며 “추가 매입을 통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지고 있어 사지는 않고 살기만 하는 트렌드가 생겨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소유하고 있는 주택 전월세로 초고액 월세를 충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시지가 급등 여파로 보유세도 대폭 늘었다. 전년 대비 전국 평균 3.65% 상승했으며 서울은 7.86%로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가 주도했다. 반포동 대장주인 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 올해 보유세로 전용면적 84㎡ 기준 1820만원을 내야 하며 월 150만원 꼴이다.
전셋값 상승과 시중은행들의 전세대출 문턱 강화가 맞물려 월세 상승세가 더욱 뚜렷해지는 가운데 초고액 월세 가격 역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