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T는 인공지능 기반의 코스웨어로 개발됐다. 이를 위해 발행사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을 대거 확충했지만 향후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난감해하고 있다. 이미 채용한 개발인력을 어떻게 재배치할지가 고민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도 내년 AIDT 도입을 앞두고 올해에만 교사 연수, 인프라 확충을 위해 총 3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AIDT가 교과서 지위를 잃는다면 이러한 투자 중 상당액이 ‘매몰비용’으로 전락하게 된다.
최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AIDT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 자료’로 규정한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AIDT의 활용은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 된다. 각 학교의 채택률이 대폭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발행사들은 AIDT 활용(구독) 학교 수에 따라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자칫하면 구독료 수입보다 네크워크·콘텐츠 관리 비용이 더 들어갈 판이다. AIDT는 2027년과 2028년에도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인데 교과서 지위를 잃게 되면 향후 개발에 도전할 출판사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 해당 개정안이 AIDT 정책을 뿌리까지 흔들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AIDT 도입으로 예상되는 부작용 우려에 공감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과도하고 문해력마저 저하되는 상황이라 AIDT 도입으로 이런 문제가 더욱 심화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탓이다.
교육부도 이런 점을 의식해 국어 교과에 AIDT를 도입하려던 정책을 폐지했다. 문해력 저하가 우려되는 국어와 실습 위주인 기술·가정을 AIDT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은 AIDT의 교과서 지위를 박탈하는 입법을 강행하고 있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정부의 국정 장악력이 약화하자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교육 정책은 예측 가능해야 하며 정치 논리에 따라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잦은 정책 변화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학부모에게 돌아간다.
AIDT도 교과서 지위를 잃으면 학교나 학생에게 구독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 교육청 무상·의무교육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AIDT는 수준별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구독 여부에 따라 교육 격차가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AIDT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이 헌법상의 ‘소급 입법 금지’에 위배된다는 논란도 있다. 이로 인한 헌법소원과 행정·민사소송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혼란도 우려된다. 교육부가 교육계 의견을 수용, AIDT의 교과별 적용을 축소·유예한 만큼 정치권도 AIDT 교과서 지위를 박탈하는 극단적 처방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