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에 교실이 멍들고 있다. 일부 학생의 일탈 수준을 넘어 상당수 학생들이 무분별하게 도박을 접하는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성적 판단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도박의 유혹은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정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나서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교 시절부터 불법 도박 ‘총책’ 역할을 했다는 김모(가명·20) 씨는 발신번호 표시 제한으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남학생 30명 있는 반이 있다고 하면) 절반 이상은 도박을 해봤을 것이고 많이 하는 친구들은 8~9명은 될 것”이라며 “우리(총책)는 실제 얼마나 하는지 알고 있지 않나. 정말 그 정도는 한다”며 자랑삼아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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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 역시 중학교 2학년 때 불법 웹툰 사이트에서 불법 도박 홍보 배너를 통해 처음 발을 들였고 도박에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에 다른 학생들을 바카라나 불법 토토 등 도박으로 끌어들이고 수수료를 받는 총책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대리입금’이라고 불리는 소액 사채까지 손을 댔고 폭행이나 협박 등 불법행위로 이어지기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문제는 불법 도박으로 일반 학생들의 삶이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중학교에 다닐 땐 전교 20등까지 했던 박모(18) 군은 고등학교에서 불법 도박을 처음 접하고 미쳐 살기 시작했다. 도박을 하기 위해 학교에 가지 않았던 박모 군은 출석 일수 부족으로 결국 유급당했고 자퇴를 결정했다. 박 군은 “도박 생각에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계속 거짓말만 하다 보니 부모님과의 갈등이 잦았다”고 말했다. 재활 치료를 받은 그는 현재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청소년 도박 문제가 심각하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도박 사이트를 막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사이트를 적발하는 대로 폐쇄 조치를 하지만 다시 다른 사이트가 만들어지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탓이다. 이 때문에 이 같은 폐쇄 조치와 함께 불법 도박 홍보 등에 대한 차단, 사용되는 대포 통장 계좌 동결 등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조현섭 총신대 중독상담학과 교수는 “학교와 가정에서도 학생들의 변화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도박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