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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에 공격을 감행하리라는 소식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이 사상 처음 온스당 2400달러(332만원)선을 넘어섰다. 금 가격은 올 들어서만 15% 상승했고 3월 한 달간 10% 넘게 올랐다. 지난해 약 13% 급등했던 금 가격이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고점 우려마저도 사그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금 가격이 당분간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금 가격은 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최근 금 가격이 금리 전망과는 상관없이 오르고 있어서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와 유동성 확대 기대가 후퇴했음에도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을 볼 때 금에 대한 수요 확대가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올 초까지 신흥국의 금 매입이 금 가격 상승을 이끌었고, 최근에는 미국과 갈등이 장기화하며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있는 중국의 금 수요 확대 추세가 금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금 보유량은 지난 2022년 말 대비 7200만 온스가 증가했으며 올해 1~2월에도 71만 온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과 미국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당분간 안전자산으로서 금에 대한 매력을 더 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금 가격이 온스당 25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은 매력적인 자산”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중국 개인들의 매수 열풍이 금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시장 거래 늘고 ETF에도 돈 몰려…개인 간 중고거래까지
금 가격이 앞으로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며 국내 투자자들의 금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금에 투자하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금 실물을 구매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가세와 수수료 등을 지불해야 하고 보관과 수익 실현이 쉽지 않다.
투자자들이 가장 쉽게 금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증권사 계좌를 이용,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주식처럼 금 현물을 사고 파는 것이다. 계좌에만 가지고 있을 때는 부가세를 내지 않아도 되며 실물로 인출할 때 부가세를 내야 한다.
금 가격이 오르면서 KRX 금시장의 거래 대금도 크게 확대했다. 3월까지만 해도 1㎏ 기준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60억원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달 들어서는 하루 거래 대금이 꾸준히 1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4일에는 2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보수 수수료 등 비용이 발생하지만, 연금저축계좌나 ISA(개이종합자산관리계좌) 등에서 운용하며 절세 혜택을 볼 수 있는 점이 장점으로 손꼽힌다.
이 때문에 금 현물에 직접 투자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에이스 KRX금현물’ ETF에는 최근 한 달간 512억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이 상품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15.23%에 이른다. 금 선물에 투자하는 ETF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골드선물(H)’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골드선물(H)’도 이달 들어 8%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금 관련 ETF를 고를 때 상품 종류와 운용방식 등을 고려해 투자해야 수수료 등 비용을 아끼고 더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금 선물 ETF 상품의 경우 만기를 연장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롤오버(만기연장)’ 비용이 발생한다.
지금처럼 환율 변동이 큰 상황에서는 환 헤지(위험 회피) 상품인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ETF 이름에 (H)가 있는 것은 환을 헤지하는 상품으로 달러 가치의 영향을 최대한 받지 않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져도 ETF 수익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손꼽히지만, 지금처럼 강달러가 지속하는 경우에는 손해를 볼 수 있다.
‘당근마켓’과 같은 중고마켓에서는 개인 간 금 거래도 활발하다. 거래소 등에서 금 실물을 구매하려면 10%의 부가세와 6%의 수수료 등을 내야 하지만 개인 간 거래에서는 이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순금 등은 쉽게 현금화가 가능한 상품으로 사기와 탈세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 중고거래 업체에서는 100만원 이상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정해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