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반도체 수요가 서서히 살아나며 4분기가 반도체 업종 회생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연말께에는 8만원대 회복을 위한 도약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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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400원(0.57%) 오른 7만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5.83% 상승했다. SK하이닉스(000660)는 이날 1.37% 하락했지만 11월 들어 11.78% 상승하며 13만원대 굳히기에 나섰다.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10거래일간 삼성전자를 7948억원, SK하이닉스를 4783억원 사들이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1, 2위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지난달 같은 기간(10월 4~18일, 10거래일)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3187억원을 순매도했던 것과 견주면 반도체에 대한 외국인의 투심(투자심리)이 바뀌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미 대만 반도체기업 TSMC는 지난달 2432억대만달러(10조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보다 15.7% 늘어난 수준으로 TSMC의 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보인 것은 올해 2월 이후 8개월 만의 일이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애플 신규 스마트폰용 부품 생산 증가에 매출이 증가했다”면서 “메모리 공급사들이 감산 기조를 급격하게 선회하지 않는다면 메모리 업황 개선세는 지속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라가는 실적 눈높이…AI반도체칩도 가시화
국내 업체들의 실적도 서서히 증가세로 돌아설 기미가 보이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오는 4분기 3조484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09% 줄어든 수치다. 여전히 역성장이지만 지난 1~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0~90% 쪼그라들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서서히 업황 개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내년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5조75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92.8% 늘어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4분기 334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4분기 적자 전망치는 한 달 전 6304억원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또한 내년 1분기에 3505억원의 영업흑자를 내며 7개 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동영 KB증권 연구원은 “2024년에는 스마트폰과 서버, 컴퓨터(PC) 등의 수요가 올해보다 3~5%씩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4분기 디램과 낸드의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며 실적 개선의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반도체 업체들의 새로운 먹거리인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는 출력속도를 2배 높인 그래픽처리장치(GPU) ‘HGX H200’을 1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정식 출시는 내년 2분기다.
이번 칩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처음으로 탑재했는데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향상한 최선단 메모리 반도체다. 국내 업체인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이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같은 특수 메모리의 개별 시장 규모는 작지만 AI의 발전과 맞물려 다양한 메모리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면서 “특히 SK하이닉스가 2024년에도 HBM 경쟁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전통 IT기기의 수요회복과 함께 실적 상승을 이어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