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막힌 3기 신도시 활로찾는다]]③착공지역도 주민반발 시끌
공공주택특별법 토지보상세웠지만 허술해
LH, 주민생계조합원 자격 놓고 지원 거절
입찰공고 없이 지장물 철거업체 선정 논란
"법에 따라 주민소득창출지원 적극 나서야"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평생 이 땅으로 먹고살려고 했는데 나라님 마음대로 신도시를 짓는다고 나가랍니다. 하루아침에 터전 잃은 사람들이 생계를 이을 먹거리도 주지 않는데 나갈 수 있겠습니까.”
| 경기도 남양주 진건읍 사능양묘장에서 열린 3기 신도시 왕숙·왕숙2 공공주택지구 착공식에서 3기 신도시 및 주민생계조합 연합대책위원회가 집회를 열고 원주민 지원 대책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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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기 신도시 공급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고 있다. 원치 않은 토지수용에 대한 보상으로 정부가 주민생계지원대책 등 이주대책을 약속했지만 허술한 대책과 임의적인 규정에 막혀 생계가 막막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3기 신도시 연합대책위에 따르면 남양주 왕숙 생계지원주민단체는 지난 6월 주민생계조합 지위를 인정받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수탁사업을 논의 중이지만 5개월째 한 건의 사업도 계약하지 못했다.
주민생계조합은 공공주택특별법 제27조에 따른 주민 재정착 지원 대책 중 하나다. 공공주택사업으로 생활기반을 잃은 공공주택지구안의 주민에 대해 소득창출사업지원 등 정부가 주민재정착에 필요한 지원대책을 수립·시행하기 위해서다. 터전을 잃은 주민에게 분묘 이장, 수목 벌채, 지하수 굴착시설 원상복구, 지장물(사업시행을 방해하는 물건이나 장치) 철거 등 공공주택사업의 하나로 파생하는 사업을 수의 계약해 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왕숙주민생계조합이 사업을 하나도 진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위를 인정받은 지 2개월째인 지난 8월 LH로부터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통보를 받으면서다. 조합의 법인 정관에 구성원 요건 중 ‘특별조합원’이 ‘주민’의 범위를 넘어선다는 지적이다. LH는 수립지침에 포함된 지구 내 가옥소유자나 가옥 세입자, 무허가 건축물 등 비주택거주자만을 구성원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왕숙 조합은 앞서 운영 중인 세종시 주민생계조합과 하남교산 주민생계조합에도 포함된 조항인데다 지침에도 명시되지 않은 임의적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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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LH는 조합에 정관 보완을 요청하는 중 조합이 수의 계약하려던 지장물 철거에 대한 사업인 남양주 왕숙지구 3공구 지장물 철거 사업을 입찰공고 없이 A회사와 계약했다. 조합은 이를 국가계약법령인 수의계약 위반소지가 있는 위법이라고 주장한다. 이원근 조합장은 “위탁사업에 대한 고시는 올해 1월 5일 나왔는데 이미 다른 회사와 지난해 10월에 낙찰이 됐다. 고시도 전에 다른 회사가 낙찰받아 간 것이다”며 “LH는 공공주택의 빠른 공급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원주민의 피해 속에서 진행해도 되는 것이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상규모를 축소하고 주민과의 협상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은 3기 신도시 사업을 지연시키고 악재를 키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준성 법무법인 하우 변호사는 “공공주택 특별법과 그 시행령에는 주민 소득상출사업지원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만 규정돼 있어 실질적으로는 LH의 내부지침에 의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입법이 필요한 상황이고 LH로서는 현재 법에서 금지하고 있지 않은 한 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실질적인 주민 소득창출사업지원이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