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최근 여성 징병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인구 절벽 시대 병역 자원 급감에 따른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모양새다.
필자는 이 문제를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지난 11일 국회 ‘인구 절벽 시대의 병역 제도 발전 포럼’에서 제기된 필요 병역 자원 미충족 해결 수단으로서의 여성 징집이다.
여성 징병제 자체는 비단 이번에만 논란이 된 사안은 아니다. 꽤 오랜 기간에 걸쳐 심심하면 불거져 나온 해묵은 논제다. 이 문제는 이미 헌법재판소에도 세 번이나 올라간 데 이어 지난 2021년엔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라는 국민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되기도 할 정도로 지속된 이슈다. 하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여성 징병제가 지금 시점에서 다시 거론된 이유는, 여전히 전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인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수준의 초저출산 국가가 돼 인구가 이미 줄고 있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0.78명이다. 한 여자가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1명이 안 된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합계 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게다가 인구 감소 속도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인구 절벽으로 군 복무 의무를 지는 20대 남성 숫자도 자연스레 줄어드는 추세다. 국방부 추산에 따르면, 현재의 출산율과 복무 제도가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2040년 징집병 자원은 현재의 절반 수준인 15만 명으로 급감한다. 여성 징집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여성 징집을 위해선 그들의 군 복무를 위한 제반 환경 조성이 먼저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 합의 등 숙의 과정도 필요하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여성 징병제를 단순히 병역 자원 부족의 대안 마련 차원 외에도 갈수록 커지는 젠더 갈등 해결의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도 있다. 최근 MZ세대들의 주요 이성 교제 창구로 인기를 끄는 데이팅 앱 익명 게시판을 보는 필자의 마음은 참담함 그 자체다.
서로 연애 혹은 결혼을 하자고 모인 그곳에서조차 그들은 걸핏하면 싸운다. 익명성에 기대 거칠고 적나라한 욕을 주고받기 일쑤다. 주된 싸움의 주제는 데이트·결혼 비용이다. 대체로 동등하게 내야 한다는 남성들의 입장과 그런 입장을 반박·무시·회피하는 여성들은 서로의 영혼까지 갉아먹는 극단의 감정싸움을 벌인다. 그러다 “너희(여성)는 군대부터 가고 말해”라는 말까지 나오면 “그깟 군대로 유세 떠는 꼴 보기 싫어서라도 불러만 주면 두 번이라도 간다”는 식의 허무한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이대남(20대 남성)으로 대표되는 젊은 남성들은 남아 선호 사상 이후 태어난 세대로, 살면서 남성이라는 이유로 특별히 혜택을 받아 본 경험도 없는데 각종 여성 우대 정책 등으로 오히려 역차별을 당한다고 호소한다. 그런 그들 입장에서 오직 남자들만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나이대인 20대 초반에 군대에서 2년을 허비해야 한다는 것은 그들의 억울함을 증폭하는 일이다.
이렇듯 여성 징병 문제를 단순히 병역 자원 감소 해결책으로만 보기 보다는 현재 20대의 심각한 남녀 갈등 해법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20대 남성들의 상대적 박탈감 해소를 위해서라면 꼭 그 장소가 군대일 필요도 없다. 대체 복무 제도 확대나 남성의 군 복무 기간에 상응하는 ‘여성 의무 봉사 제도’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