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과생의 인문계열 교차지원 관심도는 수능 직후 23.2%에서 수능 결과 발표 후 46.6%, 수시 합격자 발표 이후 53.8%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과학탐구를 치른 이과생들이 변환표준점수로 인문계열에 지원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올해 ‘불수능’으로 출제된 수학 영역에서 강점을 보이는 이과생들이 표준점수에서 문과생보다 우위를 점하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포함, 대부분의 서울 지역 주요대학에서 탐구과목 교차지원시 불이익을 주지 않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탐구과목의 표준점수나 백분위를 그대로 가져오기 때문에 교차지원에서 이과생들이 느낄 불이익은 없다”며 “사실상 상위권대학에서는 수학 영역에서 경쟁력이 있는 이과생이 유리한 구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과생의 ‘문과침공’이 올해 더욱 거세지며 인문·자연계열 정시 모집에서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부 대학 인문계열 학과에서는 문과생과 이과생이 경쟁구도를 보이는 초유의 입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게 종로학원의 설명이다. 임 대표는 “이과생의 교차지원 정도에 따라 서울 지역 주요대학 인문계열의 합격선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자연계열에서는 이과생의 교차지원으로 특정 수준 구간 대학에서 공백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문계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지만, 자연계열에서의 경쟁자가 줄어들며 합격선 점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과생 중 과학탐구 영역을 상대적으로 못 본 학생들이 교차지원 집중 대상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인문계열에서 탐구 비중이 국어·수학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탐구 영역의 표준점수 적용 과정에서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 대학이 교차지원의 집중대상 대학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수시모집에서 규모 자체가 줄어들어 수시 모집에서 탈락자가 늘어나고 정시모집으로 넘어오는 이월규모도 크지 않기 때문에 이과생의 ‘문과침공’이 더욱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서울 지역 수시 모집 지원자수는 지난해보다 2만2789명 늘었다. 서울 지역 대학 수시모집 탈락자는 수시 6회 지원을 감안했을 때 약 4000명 늘어날 것이라 추정되는 상황이다.
종로학원은 이번 정시 모집에서 문과생들의 전략적 지원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임성호 대표는 “문과생들은 수학의 반영 비율이 높아진 대학을 최대한 피하고 교차지원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학과에는 상향·소신 지원보다는 안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올해 이과생 교차지원이 생각보다 더욱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교차지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2023학년도 정시모집은 오는 29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진행된다. 대교협에 따르면 이번 정시모집에서 전국 대학은 7만6682명을 모집한다. 이는 지난해(8만4175명)보다 7493명 줄어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