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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대표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눈에 든 배경에는 ‘고객’ 커뮤니케이션에 특화한 전문가라는 점이 작용했다. 그는 삼성카드 출신으로 보험, 여행, 쇼핑몰 등 디지털 커머스를 총괄한 마케팅 전문가로 빅데이터 기반 개인화된 디지털 금융과 서비스를 개척해왔다. 결국 서비스뿐만 아니라 식품도 소비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읽어야만 트렌드를 이끄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그가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을 앞둔 하림의 ‘더(The) 미식’ 브랜드를 만들고 이끄는 자리에 앉게 된 이유다.
허 대표는 “그동안 하림이 우직하게 좋은 식품을 만드는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더 맛있는 제품을 제공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며 “한 분야를 오래 했다고 업을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중요한 것은 시장을 얼마나 잘 감지하고 소통을 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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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대표는 “1세대 HMR이 편리함에 초점을 두고 맛을 일부 포기했다면 하림은 신선한 자연의 재료로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고가 전략을 취한다기보다 제대로 된 제품에 대해 제대로 된 값을 받는 게 우리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맛에 있어서 결코 타협도 양보도 않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림산업은 고객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북 익산시 HMR 생산공장 ‘하림 퍼스트키친’ 견학 프로그램이 있다. 소비자들에게 제품 생산 전과정을 보여주고 하림 제품이 왜 좋은지, 기존 제품과 어떻게 다른지를 직접 보고 느끼게 하는 식이다.
허 대표는 “하림이 얼마나 철저하게 식품을 만들고 있는지를 알리기 위한 작업으로 경험을 전달해서 좋은 경험으로 남은 분들은 충성 고객이 될 것”이라며 “식품 사업은 뜸을 들이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는 식품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견학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림산업은 김홍국 회장이 지난 2005년 언급한 ‘부엌의 가출’이란 관점 아래 식품 사업을 이어간다는 목표다. 과거 집에서 부엌이 차지하는 면적이 30% 수준이었다면 요즘은 10% 밑으로 떨어졌다. 부엌이 담당하던 저장과 가공 기능을 식품 기업이 담당하는 것이다.
허 대표는 “요리를 취미와 노동으로 나눈다면 요즘은 취미 쪽으로 많이 기울고 있다”며 “고객들이 절약된 시간에 가족 또는 혼자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윤택한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우리 공장이 그 시간을 대신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림이 잘할 수 있는 것은 신선한 재료로 좋은 식품을 만드는 것인 만큼 소비자들이 간단하게 조리해서 즐길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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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대표는 “신입 면접을 보러 온 분이 머뭇머뭇하며 장인라면이 술 안주에 좋다는 얘기를 했다. 평생 라면을 안먹겠다는 지인이 있었는데 장인라면 수프를 냉잇국과 보리새우 아욱국에 넣었더니 비법 소스가 됐다는 얘기도 들었다. 요리 즐겨 하는 분들은 장인라면을 가지고 색다른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최상의 식재료로 최고의 음식을 제공한다는 하림의 철학을 기반으로 회사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철저한 연구개발을 통해 만든 제품으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계획이다.
허 대표는 “우리의 철학을 알릴 수 있는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좋은 신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며 “하림이 지켜온 철학이 훼손되지 않도록 능력대로 힘닿는 대로 한발 한발 보폭을 줄여나가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허준 대표 약력
△1968년생 △서강대 경제학과 △삼성카드 입사, 인사 담당 상무, 감사 담당 상무, 디지털사업담당 상무 △하림지주 전략기획1팀장 △하림산업 식품부문 대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