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음식과 기술의 융합) 스타트업 ‘양유’의 오경아 대표이사는 2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오 대표는 양유 입사 8년째가 되던 2019년부터 대표를 맡고 각종 식품 사업을 총괄하며 4년째 회사를 이끌어 온 30대 청년 경영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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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직접 시식해 본 비건 치즈는 실제 치즈와 구분이 잘 되지 않을 정도로 흡사한 풍미를 뽐냈다. 아몬드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 대체유에 자체 개발한 ‘키 믹스(핵심 배합 원료)’와 발효 기술을 조합하고 자연 치즈와 동일한 방식으로 발효해 만들었다. 동물성 치즈와 거의 유사한 수준의 단백질 함량(100g당 최대 20%)도 갖춰 영양까지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오 대표는 “기존 코코넛 기반 대체 치즈 제품들은 진짜 치즈와 쉽게 구분되고, 가열하면 물처럼 녹아 흐르는 아쉬움이 있었다”면서 “양유 ‘우주인피자’에 비건 치즈 적용을 연구하던 부천공장 연구소에서 약 1년 반에 걸친 수많은 시도 끝에 차별화된 대체 치즈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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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직접 우리만의 브랜드와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상상이 나왔다. 그간 마케팅과 브랜딩을 하며 쌓아 온 ‘맨파워’를 믿었다. 2017년 양유는 식품 연구·개발(R&D) 연구소를 설립하고 푸드테크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이듬해 최초의 자사 디저트 브랜드 ‘청년떡집’을 출범하고 최초 제품 ‘티라미슈 크림떡’을 선보였다. 시장의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떡을 활용한 ‘맛있는 퓨전 한식 디저트’ 콘셉트로 MZ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금세 입소문을 탔다.
트렌드에 민감한 ‘청년’과 상반될 수도 있는 전통적 느낌의 ‘떡집’을 이종 결합한 ‘작명 센스’도 통했다. 올해로 출시 4년차를 맞은 청년떡집의 상품 수는 약 60개로 늘어났다. 누적 판매량은 13만개 이상이며 연간 약 70억원 수준의 매출을 내는 브랜드로 급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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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떡집 탄생 이듬해인 지난 2019년 오 대표는 사업별 디렉터들 중 최연소임에도 불구하고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회사 안살림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은 물론 대외 협력 업무에서 보인 발군의 역량 등이 높게 평가됐다. 구성원들과 스스럼 없이 소통하고 갈등을 중재하는 융화력도 그의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 오 대표는 회사에서 ‘엄마 같은 실무형 리더’로 통한다.
그는 대표에 오른 뒤 레스토랑 간편식(RMR) 브랜드 ‘우주인피자’ 사업을 강화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하는 청년떡집 제품과 달리 경기 부천에 직접 공장을 마련하고 연구와 생산을 해 나갔다. KDB산업은행 등으로부터 352억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 받고 62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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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설립한 양유는 5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며 2020년 약 113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년 만에 약 52.7%(39억원) 급성장한 수치다. 양유가 소유한 브랜드들 역시 올해 평균 30%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양유는 야심차게 선보인 ‘비건 치즈’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CES 2022를 통해 글로벌 대체식품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를 한 뒤 이르면 오는 2월 국내 시장에 첫 시판할 예정이다. 식품 수출입을 위한 절차도 마무리 짓고 올 4월 중 미국 등 해외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오는 2025년 코스닥 상장도 목표로 세웠다.
오 대표는 “양유가 곧 코스닥에 이어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을 하게 될 거라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곤 한다”면서 “‘밝은 곳으로 흐른다’는 뜻의 회사명처럼 모든 양유인들은 계속 도전하며 이러한 신나는 상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