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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3000 시대에 박 회장의 유튜브 나들이는 특별하다. 박 회장은 과거 코스피 2000선 돌파를 이뤄낸 인물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2007년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린 ‘인사이트펀드’를 출시했는데, 2.5%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보름 만에 3조원을 블랙홀처럼 끌어모으는 등 적립식 열풍을 일으켰다. 이 펀드 열풍에 힘입어 한국 증시는 2007년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한다. 그러나 이 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 2008년에만 손실률이 50%를 넘으면서 투자자들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기도 했다. 물론 이후 박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와 활발한 해외 투자 등을 통해 다시 우뚝 섰다.
코스피 2000 시대와 함께했던 박 회장은 코스피 3000 시대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최근 글로벌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지적이 많은 가운데에서도 ‘혁신’을 외쳤다. 혁신이 있는 산업은 경기와 상관 없이 성장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렇게 혁신적인 산업으로는 이날 동석한 애널리스트들이 커버하고 있는 업종인 △반도체 △클라우드 △배터리·전기차 부문을 꼽았다. 또 이들 주가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높다고 해서 비싸다고만은 볼 수 없다고도 역설했다.
박 회장은 “혁신하는 기업은 항상 PER이 높았다”며 “클라우드, 반도체, 배터리 이 세 가지 분야는 내 느낌에 반짝반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박 회장은 그가 갖고 있는 지식을 토대로 업종에 대한 유망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서부 개척 시대 ‘골드러시’가 일어났을 때 돈을 벌었던 것은 금을 캐러 간 사람이 아니라 여관, 청바지 등 연관 산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이었다”며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의 패권을 누가 잡든지 간에 배터리 산업은 안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은 이날 애널리스트들이 사용하는 ‘팹리스’ 등 어려운 개념을 쉽게 풀거나, 추상적인 설명들을 구체화하는 데에 집중했다. 그런 탓에 이날 박 회장과 동행한 애널리스트들은 박 회장의 날카롭고 집요한 질문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박 회장으로부터 전기차 시장의 유망성에 대해 질문 받았던 박연주 연구원은 ‘(유망성이)꽤 있다’고 답했다가 핀잔을 듣기도 했다.
코스피 2000 시대 당시 박 회장의 인사이트 펀드라는 아이디어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암초에 부딪쳐 침몰하고 말았었다. 그러나 코스피 3000 시대에선 어떨까. 그가 공유해 준 아이디어가 실현될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