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는 왜 ‘먹방’ 대신 ‘특전사’를 택했나

김무연 기자I 2020.09.11 04:00:00

매일유업, ‘가짜사나이’ 방송 후 단백질 보충제 매출↑
CU, UDT 출신 유튜버 앞세워 에너지드링크 광고
유명 먹방 유튜버 ‘뒷광고’ 논란에 기존 영향력 위축
특전사 유튜버, 강한 인상이 코로나 블루 극복에 도움

‘가짜사나이’에 출연한 이근 대위가 출연자를 꾸중하고 있다.(사진=피지컬갤러리 유튜브 채널)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너 인성 문제 있어?”, “4번은 개인주의야”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명대사들이다. 유튜브 콘텐츠 ‘가짜사나이’에 등장하는 이근 대위가 훈련받는 사람들에게 날린 비난에 사람들은 외려 열광하고 환호했다. 군대 훈련상을 여과없이 사실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력한 사람을 독려한단 점에서 우울감에 빠진 시청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짜사나이’는 민간 군사기업 ‘무사트’와 267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인기 건강 관리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가 함께 진행하는 해군 특수전전단(UDT) 훈련 체험 콘텐츠다. 7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가짜사나이 첫 번째 시즌은 조회수 총 4651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고 시즌2를 준비 중이다.

매일유업의 ‘셀렉스 스포츠 웨이프로틴파우더’를 홍보하는 유튜버 김계란(사진=매일유업 유튜브)


◇ 특전사 출신 유튜버에 쏟아지는 러브콜

가짜사나이 시즌1 제작을 지원한 곳은 매일유업이다. 매일유업은 지난달 출시한 단백질 보충제인 ‘셀렉스 스포츠 웨이프로틴파우더’ 홍보를 위해 ‘가짜사나이’ 제작진과 손을 잡았다. 특전사 훈련에 흥미를 갖는 시청자들은 평소 운동에 관심을 갖고 단백질 보충제를 찾는 소비자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매일유업의 판단은 적중했다. 가짜사나이 방송 이후 포털사이트(네이버 기준)에서 상품 검색량은 출시 당시보다 5배 가량 증가했고 일 평균 판매량은 4배 가까이 늘었다. 운동 마니아들이 찾는 인터넷 카페에서도 해당 상품의 효능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CU도 특전사 유튜버들을 이용해 광고를 진행해 호실적을 올렸다. CU는 지난 3월 피지컬갤러리와 손잡고 에너지 드링크 ‘빡포션’을 단독 출시했다. 당초 빡포션은 피지컬갤러리에서 펀딩을 받아 한정적으로 생산했지만 제품성과 화제성으로 정식 입점된 케이스다. 피지컬갤러리의 주요 인물인 ‘김계란’이 해당 상품의 CF 모델로 활약했다.

CU가 피지컬갤러리와 손잡고 출시한 빡포션. 광고모델은 피지컬갤러리에 소속된 김계란(사진=BGF리테일)
김계란은 UDT 출신으로,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턱걸이를 하는 등 뛰어난 신체 능력으로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김계란이 강남의 한 CU에서 빡포션 출시 이벤트를 진행해 2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빡포션은 김계란의 가짜사나이 출연에 힘입어 출시 초 대비 지난달 매출이 20% 가량 늘었다.

특수전사령부 제707특수임무단 출신의 여성 유튜버 박은하가 운영하는 ‘은하캠핑’ 또한 강원도 토종기업 토백이 등에서 홍삼 협찬 광고 받았다. 특전사 출신은 아니지만 해병대 출신의 파이터 김동현도 한국인삼공사의 정관장 광고 모델로 활동한 바 있다.

인기 유튜버 양팡 사과문(사진=유튜브 양팡 채널)


◇ 왜 유통업계는 특전사에 꽂혔나

지난달 4일 100만명이 넘는 유명 먹방 겸 음식 리뷰 유튜버 ‘참PD’가 게재한 동영상 하나에 유튜브 업계는 아수라장이 됐다. 참PD는 해당 영상에서 수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소위 ‘먹방’ 유튜버들이 식품 업체로부터 광고를 받으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즉, 먹방 유튜버들이 ‘맛있다’, ‘양이 많다’ 등 칭찬을 한 부분들이 사실상 광고였던 셈이다.

이른바 ‘뒷광고’ 논란으로 유통업계의 주요 광고 채널이었던 먹방 유튜버의 입지는 급속도로 위축됐다. 성열홍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 원장은 “미디어가 굉장히 세분화 돼 소비자들도 광고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 가는 콘텐츠를 많이 접하게 되면서 콘텐츠의 진정성이나 신뢰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라면서 “소비자들이 바랐던 진정성, 전문성이 광고였다는 사살이 발각되면서 큰 실망감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튜버 박은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은하캠핑’에서 단검 던지기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유튜브 채널 은하캠핑)
반면 특전사 유튜버의 인기 비결은 다름 아닌 진실성과 현실성이란 점이 특징이다. 가짜사나이의 경우 공중파에서 했던 군대 버라이어티와 달리 억지 감동을 배제하고 현실성을 높여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여기에 쿠키영상으로 광고를 촬영해 시청자들의 거부감도 최소화했다. 실제로 피지컬갤러리는 사전 광고 영상을 제작해 “셀렉스를 먹어야 우리가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며 대놓고 광고를 받았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무력감이 극대화된 시기라는 점도 특전사 유튜버들의 인기를 높였단 분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특전사 콘텐츠의 경우 무력한 인물을 정신 개조시킨다고나 혼자서 험지에서 살아남는 내용을 보여줘 코로나로 우울함에 빠진 현대인들을 각성시킨다”라면서 “여기에 여군, 미국 유학파 출신 등 뚜렷한 캐릭터성까지 겹쳐져 큰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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