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취업. 누구에게든 중요하겠지만 2030 청년세대에게는 꿈이자 희망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됐다. 사회가 낮은 경제성장률과 커져만 가는 빈부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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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에게 꿈과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원하는 직업·소득수준과 현재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이다. 청년층에서 유행하는 주식 등 고위험 투자,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분노 등은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못 넘는 ‘현실의 벽’…공기업 꿈꿔도 현실은 중소기업
23일 이데일리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7월28일부터 열흘간 만 20~39세 남녀 1000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을 대상으로 조사한 ‘2030세대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최종학력은 대졸 80.6%, 대학원졸이 8.1%로 10명 중 9명은 대학 이상의 고학력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어느 때보다 청년층의 학력수준은 높아진 상황이지만 취업난은 심각했다. 응답자 절반 정도만이 전일제 근무를 하고 있었고 아르바이트 등 파트타임 근무를 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13.0%, 미취업 상태라고 답한 비율은 36.0%에 달했다.
이미 취업을 해 일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청년층이 실제 다니는 직장과 원하는 직장의 괴리는 컸다. 만족스럽지 못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 중 무려 23.9%가 가장 원하는 직장 유형으로 공무원을 꼽았고, 공기업은 16.9%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기업을 원한다는 응답자는 8.9%에 불과했다. 청년들이 직업을 선택하는 가장 큰 요소가 안정성에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청년층이 60.4%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공기업과 공무원은 각각 8.0%, 6.1% 수준에 불과했다. 이같은 직장에 대한 꿈과 현실의 괴리에서 생기는 갈등은 최근 논란이 됐던 인국공 정규직 전환사태를 통해 표면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공기업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회사 중 하나인 인국공에 비교적 수월한 경로로 입사한 보안요원 등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소식에 청년층이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당시 관련 국민청원이 하루 만에 20만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쓰고나면 100만원 남짓, 집은 언제…‘주식 베팅’에 몰리는 청년들
취업에 성공한다 해도 돈은 또 다른 문제다. 고정소득이 있다는 응답자 중 54.3%가 월평균 소득이 250만원 이하라고 답했다. 이 마저도 세금이 포함된 금액으로, 평균 생활비가 100만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손에 쥐어지는 돈은 1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인 셈이다.
특히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울 내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훌쩍 넘은 상황. 월 100만원씩 꾸준히 모은 다 하더라도 75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결혼 계획이 있는 청년들의 한숨은 더 커지고 있다.
최근 부쩍 여자친구와 결혼 얘기를 많이 한다는 백모(33)씨는 “결혼을 하려면 같이 살 집이 있어야 하는데,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뉴스를 보면 한숨밖에 안나온다”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의 준말)’을 해서 대출을 받아도 지금 월급으로는 집을 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청년들은 고위험 투자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18년 광풍이 불었던 비트코인 투자에 이어 이번엔 주식투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이 폭락한 것을 계기로 이를 기회라고 본 청년들이 대거 몰려든 것이다. 실제 대부분 증권사의 올 상반기 신규 유입 고객 중 20~30대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 ETF와 같은 고위험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박영호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은 “2030 연령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주식투자 열풍 및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으로 재조명 되고 있다”며 “이들의 최우선 재무 목표는 ‘주택 구입을 위한 재원 마련’과 ‘은퇴자산 축적’이며, 5~10%의 중고수익을 추구하고 주식 직접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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