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 개인 휴대폰을 사용한다고 해도 업무용 앱을 설치하는 경우 손쉽게 위치추적이 될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개인 주소록, 일정, 통화기록 등도 노출될 수 있다. 앱을 설치할 때 내 주소록, 저장소, 달력, 통화, 카메라 등에 접근할 수 있도록 권한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동의하고 설치할 경우 개인정보를 회사에 제공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권한 요청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설치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업무용 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통상 동의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설치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 업무 수행에 필수적이지 않고 편의를 도모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회사 입장에서도 굳이 앱 설치를 강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 업무 수행을 위해 앱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회사 입장으로서는 앱 설치를 강제할 수 밖에 없고 이를 따르지 않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실제 지난 2014년 통신사 한 근로자가 업무용 앱 설치를 거부했다 징계를 받은 사건이 있었다. 회사는 무선통신 품질을 측정하기 위한 스마트폰 앱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이씨 등 업무지원단 소속 직원들에게 업무용 앱 설치를 지시했다. 앱은 설치과정에서 카메라, 통화, 현재 위치, 저장소, 내 메시지 등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을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씨는 개인정보 침해가 우려된다며 설치를 거부하고 다른 스마트폰을 지급해주거나 앱 설치가 필요하지 않은 다른 업무를 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이씨가 가지고 있었던 스마트폰은 개인 휴대폰이 아니라 회사에서 지급한 업무용 휴대폰이었다. 이씨가 앱 설치를 거부하자 회사는 성실의무위반 등을 이유로 정직 1개월 징계처분을 내렸다.
이에 법원은 업무용 휴대폰이라고 해도 여기에 저장된 이씨 개인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 상 보호대상에 해당된다고 봤다. 비록 회사 업무지시 자체로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으나 앱 설치 당시 상당 범위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요구된다는 공지가 반복됐고 이 공지는 업무와는 무관한 개인정보 수집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했다며 앱 설치 거부를 했다는 점만으로는 징계할 수 없다고 봤다. 회사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충돌한 사례인데, 근로자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개별회사의 업무상 필요 정도, 앱이 요구하는 정보 범위, 노사 간 사전 협의 내용, 대체 근로자 내지 대체업무 가능성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섣불리 위 판결을 결론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다만 회사 업무상 필요 내지 편의와 근로자의 개인정보보호 충돌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검토하지 않는다면 노사 모두 곤란함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노사 모두 정보통신기술 효용성과 편리함이 되려 갈등의 씨앗이 되지 않도록 힘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