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준의 中企탐구] 일본의 '엔젤투자' 활성화 정책

김호준 기자I 2020.06.06 08:00:00
지난해 말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엔젤리더스 연합포럼’이 개최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대한민국 기업의 99%는 중소기업입니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이끄는 주체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최신 해외 중소기업계 동향과 분야별 이슈를 쉽게 정리하는 <김호준의 中企탐구>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일본의 엔젤투자 활성화 대책과 과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엔젤투자’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습니까. 벤처·스타트업계에 관심이 있는 분이면 한번쯤은 들어본 용어일 겁니다. 개인들이 돈을 모아 스타트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고, 주식이나 기타 형태로 대가를 받는 투자형태를 말합니다. 통상 ‘투자클럽’의 형태를 띠죠.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기준 엔젤투자금액 553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창업생태계가 무르익고 있다는 증거겠죠. 중소벤처기업부의 위탁을 받아 한국엔젤투자협회가 운영 중인 ‘엔젤투자지원센터’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엔젤투자자에게는 소득공제 등 세제혜택을 부여해 투자활성화를 유도하고 있죠.

그렇다면 주변 국가들은 어떻게 엔젤투자를 활성화하고 있을까요.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한 엔젤투자자에게 투자시점과 매각시점에서 세제상 우대조치를 적용하는 ‘엔젤세제’를 실시 중입니다. 창업 3년 이내 기업에 투자한 경우 출자액 가운데 연 1000만엔(약 1억1000만원)을 세제상 기부금으로 취급해 과세소득에서 공제받을 수 있도록 했죠.

문제는 일본의 엔젤투자액이 미국, 유럽 여러 국가들과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 2018년 일본의 엔젤투자액은 약 43억엔(약 477억원)으로 미국의 0.2% 수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경제규모로 비교했을 때도 꽤 격차가 큽니다.

이처럼 일본의 엔젤투자액이 부족한 이유는 엔젤세제에 대한 투자자나 기업들의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엔젤세제를 인지하고 있는 기업 중 44.7%는 ‘창업자금 조달을 마친 후에 알았다’고 응답해 인식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죠. ‘엔젤세제’ 혜택과 이용 절차를 알지 못했다’는 응답도 26%에 달할 정도입니다. 이밖에 엔젤세제 적용 요건에 해당하는 창업 후 경과연수 연장, 자본구성 중 외부주주가 차지하는 비율 등을 조정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엔젤세제 이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드머니, 즉 벤처·스타트업이 초기 자금조달 수단으로 엔젤투자라는 옵션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입니다. 벤처·스타트업이 유연한 자금조달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창업가들의 인식도 제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벤처캐피탈(VC)이나 액셀러레이터가 뒷받침하는 투자구조를 유지해야 하지만, 보다 다양한 투자주체들이 초기 자금조달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잠재적 엔젤투자자 발굴과 네트워크화 등을 통해 자금조달 체계를 활성화하고 ‘엔젤투자펀드’ 등을 마련해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효율적으로 벤처투자로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입니다.

얼마 전 우리 정부는 민간 중심의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을 마련했습니다.

벤처투자법은 중소기업창업지원법과 벤처기업법에 흩어져 있는 투자제도를 통합해 독자 법안화하는 제정법으로, VC와 엔젤투자자를 벤처생태계 핵심 주체로 인정하고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죠. 이 법은 오는 8월 12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더 많은 ‘엔젤’이 나타나 우리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탄탄하게 만들길 기대해봅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