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기자는 약 6개월 전에도 LG 홈브루를 본 적이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 2019’에서다. LG 홈브루는 당시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됐지만 주류 반입을 규제하는 전시회 규정상 눈으로만 살펴보는 데 만족해야 했다. 때문에 기자 역시 LG 홈브루가 꽁꽁 감추고 있던 맥주 맛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길었던 사전 행사가 끝나고 드디어 시음 순서가 됐다. LG 홈브루는 △인디아 페일 에일(IPA) △페일 에일(Pale Ale) △스타우트(Stout) △위트(Wheat) △필스너(Pilsner) 등 인기 맥주 5종을 제조한다. 평소 흑맥주를 좋아하는 터라 먼저 스타우트 캡슐을 품고 있는 기계로 향했다.
생맥주 기계보다는 정수기를 더 닮은 본체 가운데 위치한 레버를 당기자 진한 맥주가 천천히 쏟아졌다. 신제품이어서 그런지 뻑뻑한 레버를 조절해 맥주를 따르느라 다소 애를 먹었다. 맥주를 반 잔 정도 채우고 한 모금 마셔봤다. 평소 퇴근 후 직장 근처 펍에서 즐기던 진한 흑맥주와 비견할만한 맛이 느껴졌다. 특히 캔맥주와는 한층 다른 신선함이 입에 맴도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맥주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맥주 맛에 영향을 줄 정도의 온도는 아니었다.
다음으로 페일 에일을 잔에 따랐다. 맥주의 신선함은 거품에서 알 수 있다고 했던가. 따로 거품을 내지 않았지만 ‘잔 기울이기’ 스킬만으로도 적당한 거품이 생겨 꺼지지 않고 유지됐다.
한 모금 그리고 또 한 모금. 평소 페일 에일을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니었지만 인위적이지 않은 향긋한 과일 맛에 매료됐다. 개인적으로는 기대했던 스타우트보다 훨씬 더 마시기 좋았다.
기어코 페일 에일을 한 잔 더 마셨다. 점심을 거른 터라 살짝 취기가 올랐다. 필스너와 위트, 인디아 페일 에일 등 시음해야 할 맥주가 3종 남았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
LG 홈브루의 출고가는 399만원이다. 최근 고가에 출시되는 ‘신(新)가전’ 중에서도 꽤 비싼 축에 속한다. 집에서 수제맥주를 즐기기 위해 4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선뜻 지불할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 궁금했다.
LG전자는 LG 홈브루의 높은 출고가를 고려해 렌털 시장을 먼저 공략할 계획이라고 한다. 렌털로 이용 시 월 사용료는 1~3년차 9만9900원, 4년차 3만9900원, 5년차 1만9900원이다. 하지만 렌털로 LG 홈브루를 장만하더라도 소비자 부담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LG 홈브루는 캡슐커피머신처럼 커피 캡슐을 넣으면 즉각 커피가 쏟아지는 방식이 아니다. 캡슐과 맥즙팩, 물을 넣고 숙성이 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캡슐에 따라 최장 3주를 인내해야 약 5리터(ℓ)의 맥주를 맛볼 수 있다. 렌털 1년차 기준으로 7~8리터의 맥주를 얻는 데 10만원가량을 내야 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이날 행사장에서 기자들은 가격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던졌다. 집 근처 GS25 편의점에서 4캔에 8000원 하는 맥주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굳이 LG 홈브루를 장만하겠냐는 질문도 나왔다.
행사에 참석한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일반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서 마시는 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제품이 아니다. 맥주에 큰 관심을 갖고 맥주 맛을 즐기는 마니아를 타깃으로 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마니아층이 국내에 얼마나 있는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송 사장은 “공식적인 판매 데이터가 나오는 게 아니라 가늠이 어렵다. 판매량이 얼마나 될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기대 이상이었던 맥주 뒷맛이 다소 씁쓸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