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리뷰] ‘LG홈브루’ 캡슐맥주 마셔보니 “맛은 좋은데 가격이..”(영상)

김종호 기자I 2019.07.20 07:13:13

LG전자, 지난 16일 세계 최초 캡슐형 수제맥주제조기 선보여
펍에서 바로 마시는 맥주 맛 그대로 재현..기대 이상의 맛 표현
출고가 399만원 부담..렌털도 한 달 최대 2번 사용에 10만원

[글·사진·영상=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LG전자(066570)가 세계 최초 캡슐형 수제맥주제조기인 ‘LG 홈브루(LG HomeBrew)’를 지난 16일 국내에 선보였다. 이날 출시회가 열린 서울 세종대로 주한 영국대사관은 맥주 맛(?)을 보기 위해 몰린 기자들로 행사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북적였다. 다들 캡슐수제맥주제조기라는 생소한 기계가 뿜어낼 황금빛 맥주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사실 기자는 약 6개월 전에도 LG 홈브루를 본 적이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 2019’에서다. LG 홈브루는 당시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됐지만 주류 반입을 규제하는 전시회 규정상 눈으로만 살펴보는 데 만족해야 했다. 때문에 기자 역시 LG 홈브루가 꽁꽁 감추고 있던 맥주 맛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길었던 사전 행사가 끝나고 드디어 시음 순서가 됐다. LG 홈브루는 △인디아 페일 에일(IPA) △페일 에일(Pale Ale) △스타우트(Stout) △위트(Wheat) △필스너(Pilsner) 등 인기 맥주 5종을 제조한다. 평소 흑맥주를 좋아하는 터라 먼저 스타우트 캡슐을 품고 있는 기계로 향했다.

생맥주 기계보다는 정수기를 더 닮은 본체 가운데 위치한 레버를 당기자 진한 맥주가 천천히 쏟아졌다. 신제품이어서 그런지 뻑뻑한 레버를 조절해 맥주를 따르느라 다소 애를 먹었다. 맥주를 반 잔 정도 채우고 한 모금 마셔봤다. 평소 퇴근 후 직장 근처 펍에서 즐기던 진한 흑맥주와 비견할만한 맛이 느껴졌다. 특히 캔맥주와는 한층 다른 신선함이 입에 맴도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맥주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맥주 맛에 영향을 줄 정도의 온도는 아니었다.

다음으로 페일 에일을 잔에 따랐다. 맥주의 신선함은 거품에서 알 수 있다고 했던가. 따로 거품을 내지 않았지만 ‘잔 기울이기’ 스킬만으로도 적당한 거품이 생겨 꺼지지 않고 유지됐다.

한 모금 그리고 또 한 모금. 평소 페일 에일을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니었지만 인위적이지 않은 향긋한 과일 맛에 매료됐다. 개인적으로는 기대했던 스타우트보다 훨씬 더 마시기 좋았다.

기어코 페일 에일을 한 잔 더 마셨다. 점심을 거른 터라 살짝 취기가 올랐다. 필스너와 위트, 인디아 페일 에일 등 시음해야 할 맥주가 3종 남았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LG전자가 지난 16일 선보인 세계 최초 캡슐형 수제맥주제조기인 ‘LG 홈브루(LG HomeBrew)’
행사장을 빠져나오는 길에 만난 타사 후배 기자는 얼굴이 빨개져 마감을 걱정하고 있었다. 후배도 LG 홈브루의 맥주 맛에 다소 놀란 눈치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살 마음이 있냐고. 후배는 답했다. 가격이 문제라고.

LG 홈브루의 출고가는 399만원이다. 최근 고가에 출시되는 ‘신(新)가전’ 중에서도 꽤 비싼 축에 속한다. 집에서 수제맥주를 즐기기 위해 4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선뜻 지불할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 궁금했다.

LG전자는 LG 홈브루의 높은 출고가를 고려해 렌털 시장을 먼저 공략할 계획이라고 한다. 렌털로 이용 시 월 사용료는 1~3년차 9만9900원, 4년차 3만9900원, 5년차 1만9900원이다. 하지만 렌털로 LG 홈브루를 장만하더라도 소비자 부담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LG 홈브루는 캡슐커피머신처럼 커피 캡슐을 넣으면 즉각 커피가 쏟아지는 방식이 아니다. 캡슐과 맥즙팩, 물을 넣고 숙성이 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캡슐에 따라 최장 3주를 인내해야 약 5리터(ℓ)의 맥주를 맛볼 수 있다. 렌털 1년차 기준으로 7~8리터의 맥주를 얻는 데 10만원가량을 내야 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이날 행사장에서 기자들은 가격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던졌다. 집 근처 GS25 편의점에서 4캔에 8000원 하는 맥주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굳이 LG 홈브루를 장만하겠냐는 질문도 나왔다.

행사에 참석한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일반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서 마시는 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제품이 아니다. 맥주에 큰 관심을 갖고 맥주 맛을 즐기는 마니아를 타깃으로 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마니아층이 국내에 얼마나 있는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송 사장은 “공식적인 판매 데이터가 나오는 게 아니라 가늠이 어렵다. 판매량이 얼마나 될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기대 이상이었던 맥주 뒷맛이 다소 씁쓸해졌다.

LG전자가 지난 16일 선보인 세계 최초 캡슐형 수제맥주제조기인 ‘LG 홈브루(LG HomeB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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