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결의했던 전국 13개 지역 버스노조가 지자체별로 노사합의에 성공하거나 파업을 보류하면서 최악의 대란은 피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 여당과 지자체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요금을 올리라며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겼고, 지자체는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맞섰다. 버스를 주52시간제 예외업종에서 빼기로 확정한 지난해부터 대란이 예견됐건만 정부가 사태에 직면해 택한 해법은 국민 부담을 초래하는 요금인상과 준공영제 확대였다.
준공영제는 민간 운수업자와 지자체가 수입을 공동관리하고 적자가 나면 재정으로 메워주는 제도다. 현재 서울, 부산 등 7개 광역자치단체와 경기 등 일부 광역버스 노선에서 시행 중이다. 취약지역까지 노선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돈이다. 지난해 지자체들이 해당 버스회사에 지원한 예산 규모는 모두 1조 930억원에 이르렀다. 2004년 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시의 경우 첫해 지원규모가 820억원이었으나 지난해는 5400억원으로 6배 넘게 늘었다.
지원금 급팽창과 함께 준공영제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지원금이 줄줄이 새나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의 버스업체 65곳 중 42곳은 사장의 친인척이 임직원으로 근무 중인데, 이름을 걸치고 8억원의 연봉을 챙긴 경우도 없지 않다. 대전에서는 고령의 임원 가족들이 직원으로 이름을 올려놓고는 4년간 한 번도 출근하지 않고도 500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면서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감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생긴 결과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대란 없이 잘 타결됐다”라며 자화자찬의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협상 타결에 앞서 “준공영제를 대중교통 수단에 확대 실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근로시간 축소에 따른 임금감소 등 근본 원인은 외면한 채 국고지원 부담을 늘리는 땜질 해법이 만능열쇠가 돼서는 곤란하다. 준공영제 확대에 앞서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 시스템을 갖추는 등 제도적 보완이 선결돼야 함은 물론이다.